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나선 오신환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현지 시정조치’를 받은 것으로 7일 확인됐다. 4·29 재·보궐선거 최대 격전지에 출마한 집권여당 후보가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셈이다.
앞서 선관위가 지난 6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재·보선 후보자 4명의 사진이 부착된 ‘새줌마’(새누리당 아줌마) 버스를 ‘불법’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또다시 집권여당 후보의 선거법 위반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 전망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일 오 후보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함께한 ‘자급자족 민생탐험 삼시세끼’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의 한 분식집에서 2시간 동안 떡볶이 판매 아르바이트(시간당 6000원)에 나섰다. 한국 경제가 ‘신 3저’(저성장·저물가·엔저)에 빠지면서 서민경제가 최악으로 치닫자 서민들의 애환을 들어보자는 취지였다. 또한 생활 밀착형 행보로 야권 후보와 차별화를 꾀하자는 의도도 담겨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분식집 한쪽에 이들의 얼굴과 ‘오! 브라더스 자급자족 라이프 삼시세끼 오늘의 현장: 떡볶이 집’이라는 글귀가 담긴 사각형 팻말과 ‘오! 브라더스(중략)’라고 써놓은 깃발 모양의 팻말을 꽂았다는 점이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
동 조항에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보궐선거 등에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표찰이나 그 밖의 표시물을 착용 또는 배부하는 행위 △후보자를 상징하는 인형·마스코트 등 상징물을 제작·판매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선거 과열과 과도한 선거 비용 등을 억제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현재 공선법 제60조3에 따르면 예비후보자는 △선거사무소 설치 및 그 선거사무소에 간판·현판 또는 현수막을 설치·게시하는 행위 △선거운동을 위해 어깨띠 또는 예비후보자임을 나타내는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 등 5가지 유형의 선거운동만 할 수 있다. 오 후보 측이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과실이든 관계없이 선거법을 위반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대 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예비후보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별도의 선전물을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위반 맞다”…오신환측 “사전인지 못했다”
논란이 일자 관악구 선관위 특별단속반은 ‘오 브라더스’ 프로젝트 당일 오 후보 측 선대위원회에 일종의 구두경고인 ‘현지 시정조치’를 내렸다. 선관위 주의조치는 크게 ‘구두경고·서면경고·고발’ 등으로 돼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오 브라더스’ 팻말과 관련해 “공선법 제90조 위반이 맞다”며 “바로 당일 현지시정을 한 뒤 그다음부터 오 후보 측이 팻말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 측은 “사전에 (선거법 위반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 선관위로부터 ‘홍보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을 받은 뒤 주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법률 전문가는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 △제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전자는 오 후보와 오 전 시장이 일일 아르바이트를 가장해 사실상 ‘ 사전선거운동’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프로젝트 당일 분식집 아주머니 두 분은 붉은 계열의 비닐 앞치마를 한 반면, 오 전 시장은 새누리당 로고가 그려진 앞치마를 둘렀다.
또한 오 후보 측이 금전과 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이익 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한 만큼 사실상 ‘기부행위’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법률 전문가는 “대법원 판례는 통상적으로 얻을 수 없는 이익을 얻으면 기부행위로 본다”고 말했다.
박찬종 변호사는 “오 후보 측의 떡볶이 일일 아르바이트 자체는 기부행위는 아닌 것 같지만, 이들이 평소 팔던 통상적인 떡볶이 가격보다 싸게 팔거나 무료로 제공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오 후보 측은 “프로젝트 자체를 선관위에 의뢰한 뒤 진행했다”며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도 “그 재료를 오 후보 측이 자신의 돈을 구매한 게 아닌 만큼 기부행위로 보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