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 기자 =“새누리당의 ‘어부지리’냐, 야권의 텃밭 수성이냐.”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이 30일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대륙으로가는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악을 선거는 ‘이대로가 좋다’는 기득권 정치세력과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 간 한판 대결”이라며 “저를 그 도구로 내놓아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2007년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였던 정 위원장이 전격 등판함에 따라 서울 관악을 지역은 4·29 재·보선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鄭 출마, 與 ‘표정관리’ vs 野 ‘패닉’
정 위원장은 서울 관악을 보선 출마 명분으로 △박근혜 정권 심판 △거대 양당(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질서 재편 △대안 야당 건설 등을 꼽았다. 정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내내 “밀알이 되겠다”, “제 몸을 불사르겠다”, “제 몸을 던질 것”이라며 절박감을 호소했다.
그는 “기득권 보수정당 체제를 깨는 데 제 몸을 던지겠다”며 “보수를 표방하고 중도를 표방하는 거대 기득권 정당, 그 분들의 목표는 무엇인가. 바꿔야 한다. 정치를 바꾸지 않고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거대 양당에 도전장을 냈다.
출마 여부를 두고 막판 장고에 돌입한 정 위원장이 ‘독배’를 든 것은 뚜렷한 인물구도 없이 흐르던 재·보선 판을 흔들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제3지대 진보정당 창당에 나선 국민모임이 참신한 인재 영입에 실패하자 정 위원장이 직접 등판한 것이다.
정 위원장도 이와 관련해 “국민모임은 광주·성남·인천 강화에도 후보를 내지 못하는 등 인재 영입에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인재 영입에 실패한 국민모임이 4월 재·보선마저 참패할 경우 2016년 의회권력 교체는커녕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내부에 팽배했다는 의미다.
여야의 입장은 상반됐다. 새누리당은 야권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내심 표정관리에 들어간 반면, 새정치연합은 정 위원장에 ‘야권 분열’ 딱지를 덧씌우면서 파상공세를 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 위원장 출마에 대해 “야권의 분열상”이라고 잘라 말한 뒤 난곡지구 아파트의 안전문제를 지적하며 “오 후보가 당선되면 그 이름으로 특별법을 만들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정 위원장을 향해 “야권을 분열시키는 행태들이 과연 국민들의 마음에 맞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고,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개탄스러운 처사”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날렸다.
◆독배 든 鄭, 당선 가능성↓…제3세력 평가 시험대
최대 관전 포인트는 정 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이다. 현재 선거구제가 정착한 1988년 이래 서울 관악을 지역은 단 한 번도 보수정당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다. 과거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의 지역구였던 관악을이 여권의 무덤으로 불린 이유다.
실제 16대(2000년 4·13 총선)부터 19대(2012년 4·11 총선)까지 득표율을 살펴보면, 16∼17대는 이 의원이 47.50%와 41.10%, 18대는 민주당 김희철 전 의원이 46.50%, 19대는 통합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이 38.20%로 각각 승리했다. 당시 2위는 △한나라당 권태엽(16대) 33.80% △한나라당(17·18대) 김철수 33.30%·41.50% △새누리당 오신환(19대) 33.30% 후보 등이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은 정 위원장의 출마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 승리를 얻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국회에서 만난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야권분열로 어려운 선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에서 탈당한 김희철 후보의 득표율인 28.47%가 순수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라며 “정 위원장의 득표율이 이 정도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구도 상으로는 새정치연합 문재인호에 불리하다. 만일 정 위원장이 당선된다면, 야권 지지층이 문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악을 지역이 ‘야권발 정계개편의 방향타’로 불리는 까닭이다.
야권분열에도 불구하고 정 위원장이 당선되거나 적어도 정 후보자를 앞지른다면, 비(非) 새정지연합 연대의 추동력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야권발 정계개편의 주도권이 국민모임과 정의당 등 진보정당 쪽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윤희웅 오피니언 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모임이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희생적 선택을 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