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는 토종 아시아산 개발금융(Development Finance Made in Asia)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500년전 1453년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플 점령은 비잔틴시대의 종말을 알리고 있었으나, 대륙으로의 무역로가 차단된 서구 유럽은 결국 아시아로의 우회전략을 취하게 되었고, 이는 곧 서세동점의 아이러니한 역사를 낳게 한다.
서세동점의 핵심인 시장, 자본, 혁신의 3박자는 산업혁명을 일으켰고, 산업혁명은 서세동점을 재생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산업자본은 금융자본을 낳고, 금융자본은 파생자본을 낳고, 파생자본은 결국 산업의 고리에서 벗어나 서브프라임위기로 알려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는다. 눈깜짝할 이 500년 사이 포르투갈, 스페인, 네델란드, 런던, 뉴욕으로 자본중심은 이동하고, 2008년 금융위기를 끝으로 월가는 화려했던 500년 역사의 마지막 생존하는 보증인(Underwriter)으로 남게 된다.
동서남북을 풍미했던 몽고의 원나라는 금융자본의 세계화가 아닌 개발자본 세계화의 선구자에 가깝다. 이점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AIIB는 글로벌 개발자본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다. IMF의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서두로 위안화의 국제화가 충족될 때는 아사아금융자본의 글로벌화가 가속화 될 전망이다.
영국, 독일뿐 아니라 미국은 금융산업이 국가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서세동점이 끝났다고 해서, 금융산업의 보따리끈을 중국에게 풀어줄 이유도 여유도 없는 것이다. 미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AIIB에 참여할 것이고, 미국의 바지끈을 잡고 있는 일본도 마지 못한 척 참여할 것이다.
AIIB의 금융무대는 이제 트로이의 목마가 들어온 '자금성(資金城)' 내부로 바뀌게 된다. 여기에 최종 도착지를 알리는 두 주자가 있다. AIIB의 대표적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이들은 바로 한국과 북한이다. 두 나라는 AIIB의 맨 마지막 깃발을 들고 결승점에 여유있게 골인 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다양하고 풍부한 다자개발금융처럼 절실한 것은 없다. 어쩌면 AIIB는 지난 50년의 한반도 역사를, 지난 500년의 유라시아 역사를 새로 쓰게될 최초의 신인류 지침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A로 시작하나보다. AIIB! 그 화려한 막이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