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카드제, 불법도박 확산시킬 우려 커

2015-03-2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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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감위, 경륜,경마 등에 적용 추진...이용자들 신분 노출 꺼려 불법시장으로 빠질 위험

아주경제 김태형 기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추진 중인 '전자카드제' 도입이 오히려 불법도박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자카드제'란 경륜, 경마, 경정, 스포츠토토, 카지노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사전에 개인의 신상정보가 입력된 카드에 일정 금액을 충전한 뒤 사용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는 이용자가 1인당 베팅 한도액을 초과하면 사행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구매기록을 조회하면서 도박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사감위는 지난달 23일 제83차 사감위 전체회의를 열고 '2018년 전자카드 전면시행(안) 및 올해 전자카드 확대시행 권고안'을 확정해 관련업계에 통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관련 업계의 강한 반발과 부작용을 고려해 제도 도입에 대해 오는 30일 재논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문제는 전자카드제 도입이 만능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전자카드제로 인해 합법적으로 건전한 여가를 즐기던 이용자들이 불법도박시장으로 이탈하는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전자카드제는 이용자 개인이 일일이 발급받아야 하는 불편뿐만 아니라 카드등록으로 신분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선량한 이용자까지도 휴대폰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접근이 가능한 불법 도박시장의 유혹에 빠져들 수 있다.

한국규제학회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경륜·경정 고객 중 42.7%가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경마를 포함해 합법 사행산업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13년 한국행정연구원의 전자카드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합법사행산업 이용자 1509명 중 "전자카드제가 도입되면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38.44%에 달했다. 전자카드라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느니 오히려 접근성 좋고 배당률이 훨씬 높은 불법 도박시장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불법 도박시장의 유혹이 그만큼 달콤하기도 하다. 도박상품이 다양한 데다가 금액 상한선도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베팅을 할 수 있다.

합법적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불법도박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이미 그동안의 결과로도 나타났다.

사감위가 2012년 불법도박시장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불법도박시장의 추정 규모는 2008년 53조원에 이르던 것이 2012년 75조원으로 커졌다. 액수로는 22조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매출총량, 영업장 수, 구매 상한액, 온라인베팅 규제 등 합법시장에 대한 각종 '규제책'이 시행된 사이에 불법 시장이 41.5%나 커진 셈이다.

불법시장이 커지면 그만큼 국가재정과 지방재정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합법사행산업의 재정기여도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창원경륜공단,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마사회 등 전자카드제 도입 대상기관은 일제히 "전자카드제 전면 도입은 불법 도박시장의 팽창에 따른 지하경제 확대로 대규모 세수 누수, 국가재정의 손실, 관련 산업의 붕괴는 물론 대규모 정리해고 등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발생 할 수 있는 만큼 보다 면밀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난 19일 경남도의회와 부산시의회, 과천시 등 레저세 비중이 높은 시·도 지방자치단체 및 의회는 전자카드 도입 재검토 결의안을 채택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국회, 행정자치부 등에 결의문을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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