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현행 대기오염방지법(53조)은 오염물질 배출 기준치를 초과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환경 당국이 이에 따른 ‘위법 소득’을 몰수하고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엔진이 너무 낡아 오염물질 배출 기준치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차량은 몰수해 폐기처분하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 차례도 그렇게 한 적이 없다.
최근 중국 사회를 뒤흔든 스모그 고발 다큐멘터리 ‘돔 지붕 아래서(穹頂之下·Under The Dome)’는 차이징이 스튜디오 관객들 앞에서 강연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무대 뒤 스크린에는 각종 동영상과 애니메이션, 자료 등이 제시된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코앞에 둔 지난 달 28일 온라인에 이 다큐가 공개됐을 당시만 해도 당국은 그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던 듯하다.
차이징은 다큐에서 자신의 딸아이가 양성 종양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수술실로 향해야 했던 사실을 밝히며 “지금도 경유 화물트럭 수백만 대가 기준치를 훨씬 넘는 발암물질을 배출하면서 중국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개개인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국자들은 부작용 때문에 단속 규정을 그대로 시행할 수 없다고 변명했다.
천씨는 학우들과 함께 식품안전문제를 일으킨 기업 100여 곳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인터넷으로 조사했다. 농장, 도매시장, 슈퍼마켓, 식품제조업체 등도 찾아다녔다. 이를 통해 사건 진상을 추가로 규명하고 불법첨가제의 위해성을 신랄하게 고발했다.
그는 “분뇨와 썩은 돼지고기, 맹독성 농약을 써서 만든 즙으로 발효두부를 제조한 사건을 파헤치면서 이러한 행위는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것으로 느꼈다”고 했다. 특히 “중국의 식품안전 관련 법규는 서방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만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법치국이란 게 뭔가. 말 그대로 법에 의한 통치를 뜻한다. 그렇다면 지금 왜 의법치국인가. 신중국 출범 뒤 60여년이 지난 지금의 중국 사회 분위기를 한 마디로 묘사하는 말이 있다. 바로 ‘상유정책 하유대책(上有政策 下有對策)’이다.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는 뜻이다.
상급 기관이 내놓은 정책이나 법규가 아래로 가면 제대로 집행이 안 되는 풍조를 뜻한다. 현장에 맞지 않는 무리한 정책을 비꼬는 말로도 통한다. 그러니 규정 따로 시행 따로다. 한마디로 영(令)이 안서는 현상이다. 중국이 법치가 아니라 인치 사회라는 걸 이 보다 잘 웅변하는 말이 있을까.
차이징은 이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정부를 가진 중국이 정보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게 스모그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서 “개개인이 눈 뜨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돔 지붕 아래서’가 나온 직후 칭화대 총장 출신 환경전문가인 천지닝(陳吉寧) 환경보호부장(장관)은 이를 극찬했고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차이징 인터뷰를 게재했다. 하지만 양회 기간 반(反)스모그 기습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자 중국 정부는 모든 동영상 사이트에서 다큐 접속을 차단시키는 등 태도를 확 바꿨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양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한 외국기자가 다큐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지만 대기오염 주범으로 지목되는 국영 페트로차이나(中石油)나 시노펙(中石化)을 손 볼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중국의 의법치국은 이런 식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전면 의법치국’을 들고 나왔지만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흘러도 그렇게 되기 어려울지 모른다. 중국 지도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특색 사회주의’를 강조한다. 그래서 중국의 의법치국은 ‘중국특색 의법치국’이라고 명명할 만하다.
(아주경제 국제담당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