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모석봉 기자 = 충남도청이 내포로 이전하면서 원도심이 구심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가운데 옛 충남도청사에 대한 국가 매입 절차가 지연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도청이전을 위한 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정부에서 바로 매입하는 것 아니냐는 희망적인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옛 충남도청사를 국가에서 매입해 원도심 활성화의 기폭제로 생각했던 시민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 정부의 매입 주관 부처조차 정하지 않아 추진 의지마저 의심 가는 상황이다.
대전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도청이전을 위한 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국가에서 옛 도청사 및 부지를 사들여야 한다.
충남도청이 홍성·예산 인근에 조성된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남게 된 옛 충남도청사(중구 선화동)를 국가에서 매입해야 하는 것.
문제는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석 달이 지났는데도 국가에서 사들인다는 것만 정해졌을 뿐 매입 주관 부처를 비롯해 매입 시기, 비용지원 등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는 6월30일까지 매입 주관 부처에서 기획재정부에 국유재산 관리처분 계획을 전달해야 하고, 기획재정부도 8월30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가장 시급한 주관 부처 확정이라는 첫단추조차 끼우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가 매입한다'는 규정에서 국가의 의미를 국토교통부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른 부처도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부 부처들이 골치만 아프고 업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해당 업무의 소유권을 갖지 않으려고 서로 핑퐁을 치는 셈이다.
절차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에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올해 10억원이 반영된 문화체육관광부 연구용역 예산도 반납하거나 내년 예산으로 이월시켜야 한다.
지역에서는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국가에서 이른 시일 내 사들여 활용방안을 제시해주길 원하고 있다.
정부의 늑장대응과 미약한 추진의지에 대한 불만도 나오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대전시 원도심지역 상인들은 ‘눈물로 호소 드립니다!’는 제목의 현수막에 주변 기관·단체 이름을 일일이 들먹이며 문화예술의 거리 안의 업소를 이용해달라고 주문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40% 이하 뚝 떨어진 상태로 인근 식당의 업주는 "도청이 있을 때는 매상 대부분을 점심으로 채웠는데 이제는 점심 때 손님 얼굴 보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법만 통과시킨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어서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시 한 관계자는 "소유권 관계가 빨리 정리가 돼야 옛 청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지연되고 있다"며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서 부처를 방문해 건의도 하고 있지만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