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한화투자증권이 업계에서 처음 연간 예상실적을 미리 내놓았다.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관련당국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꾸준히 요구해 온 것이지만, 다른 회사에서는 단 1차례도 볼 수 없었던 사례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한화투자증권은 19일 거래소에서 요구하는 공정공시를 통해 올해 영업실적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여기서 제시한 연간 예상 순이익은 308억원이다. 한화투자증권이 2013년 650억원 적자에서 이듬해 88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에는 순이익을 3배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공정공시에 대해 어디까지나 예상치일 뿐 목표치가 아니라고 밝혔다. 증시 상승세나 거래대금 증가세, 금리와 환율 추이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잡은 수치라는 것이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도 "목표를 세우면 거기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고객 중심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연도 초 자발적으로 예상실적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보험이나 은행업을 보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아 예측 여지도 크지만, 증권업은 그렇지 않은 편"이라며 "지금까지 증권사가 예상실적을 내놓지 않으면서 들었던 변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확실한 투자지표는 예상실적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업설명회(IR)에 앞서 예상실적을 미리 내놓은 것"이라며 "우리가 다른 증권사와 다른 일을 한다는 점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상호 토론식 주총이나 IR을 통해서도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진형 사장이 취임한 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입길에 오르기도 했지만,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과당매매 금지나 매도의견 확대 같은 고객 우선 경영에 대해서는 칭찬이 많다.
다만 과당매매를 금지하면서 위탁매매 수익이 감소했고, 결국 주주가치 제고에 역행(주가 하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은 풀어야 할 숙제다. 한화투자증권 주가는 2012년 3월 이후 줄곧 액면가(5000원)를 밑돌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왔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주가가 제자리를 찾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고객에게 이로운 회사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배당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3년 만에 배당을 결정하고, 보통주와 우선주 1주당 각각 70원, 120원씩 지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