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만 피하자? 상장사 16곳 무더기 감자

2015-03-1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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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감자에 나서는 상장사가 올해 들어서만 16곳에 이르는 가운데 눈앞에 닥친 증시 퇴출만 피해보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손금이 발생해 자본총계가 자본금에도 못 미치는 상태인 자본잠식은 상장폐지 사유로 실질적인 재무개선 없이 감자로도 모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본금 1000원에 자본총계가 절반밖에 안 되는 500원이라면 감자로 자본금을 500원 미만으로 줄이는 식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일까지 감자를 결정한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는 모두 16곳이다. 이 가운데 코스피가 10곳으로 약 6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해당 회계연도 말 기준 전액 자본잠식이 발생할 경우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2년 이상 50% 이상의 부분 자본잠식이 이어지면 이 역시 퇴출 요건이다.

이런 이유로 감자를 실시해서라도 상장폐지를 모면하려는 시도가 번번이 나타난다.

태양광 발전용 웨이퍼 생산업체인 넥솔론은 전날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 2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재병합하는 방식으로 감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사유는 자본금 규모 적정화다. 감자 후 넥솔론의 자본금은 1411억원에서 706억원으로, 발행주식 수는 2억8221만주에서 1억4110만주로 줄어들게 된다.

넥솔론은 한때 OCI그룹에서 태양광 사업 주력 계열사로 통했으나, 글로벌 업황 자체가 나빠진 데다 무리한 투자 등으로 재무상황이 악화됐다.

2011년 상장에 성공했지만 그 해 영업이익은 102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24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어 2014년까지 적자 행진이 지속됐다. 넥솔론은 감자 등 회생계획안 인가에 따라 2월 5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1월에도 남광토건이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8주를 1주로 병합키로 했다.

2014년 38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행진을 지속했던 남광토건은 같은 해 말 기준으로 자본잠식률이 260%에 달한다. 넥솔론과 마찬가지로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STX중공업과 STX엔진도 올 초 나란히 보통주 8주를 각각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병합하는 감자결정을 공시했다.

이후 STX엔진은 최근 감사보고서를 통해 자본잠식률이 2013년 54.9%에서 33.3%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감자에 따라 자본금이 1230억원에서 154억원으로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덕분에 상장폐지 위기는 모면했다.

STX중공업 역시 2014년 자본잠식률이 97%로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후 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2858억원에서 357억원으로 줄였다.

최근에는 STX엔진과 STX중공업이 각각 보통주 1187만주와 561만주에 대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밖에도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진에너지와 쌍용양회공업의 계열사 쌍용자원개발이 2월 각각 보통주 3만5112주와 9315만2500주에 대한 감자를 결정했다.  

쌍용자원개발은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나 한진에너지는 청산절차의 일환으로 실시됐다. 한진에너지가 에스오일 지분 28.41%를 처분하면서 얻은 자금을 대한항공이 회수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한진에너지의 해산을 결의하고 청산절차를 밟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재무악화를 가장 손쉽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감자"라며 "그러나 그만큼 상태가 악화됐다는 뜻이고, 근본적으로 재무를 개선하는 게 아니어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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