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 나라의 수장이 된 박 대통령과 제1야당의 수장이 된 문 대표. 만약 지난 대선이 정반대의 결과였다면, 어쩌면 이날 청와대 만남에서 두 사람의 자리는 뒤바뀌었을 지 모를 일이다.
지난 대선 결과는 바꿀 수 없지만, 두 사람의 자리가 달라진 만큼 저마다 입장도 참 많이 달랐다.
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 ‘창조경제’를 앞세워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지만 집권 3년차에 들어선 지금도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해 마음이 급하다. 한때 ‘퉁퉁 불어터진 국수’에 비유해 경제활성화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것도 이런 조급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문 대표가 이런 박 대통령의 기다렸다는 듯 ‘작심 비판’을 했다는 점이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의 러브콜에 대해 “정부 경제정책은 이미 실패했다”고 일갈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질까지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 성장으로의 경제정책 기조 대전환을 촉구하는 등 4대 민생과제 해법까지 제시했다. 야권에서는 문 대표가 이번 만큼은 할 말은 제대로 다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날 문 대표의 태도는 그간 박 대통령을 향해 ‘불통령’이라고 지적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제 할 말만 다하면 된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소통의 사전적 뜻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과연 문 대표는 이날 회담에서 소통의 정치를 했는지 반문해볼 일이다. 일각에서는 회담이 아니라 마치 대정부질문을 하듯 제 목소리만 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날 같은 회동이 앞으로 정례화 하는 데 합의를 이뤘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할 수 없는 위치다. 다음 회동에서는 한층 성숙된 자세로 서로 소통하는 자세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