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중국의 꽌시와 우리기업의 중국진출 성과

2015-03-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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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연달그룹 조평규 부회장

[중국연달그룹 조평규 부회장]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올해로 한중 수교 23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의 숫자만 해도 2만개가 넘는다. 그러나 중국에서 성공했다는 우리기업들의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했다는 소식이 더 많다. 중국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도 힘들어하는 지역이며, 사업의 프로들이 진검 승부를 벌이는 전쟁터다.

우리기업의 중국진출 성공 확률이 낮은 이유는 첫째, 중국의 인건비 및 자재비 상승으로 비용 절감형 투자를 추진한 기업들이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둘째, 경영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투자가 주류를 이루면서 열악한 경영자원은 소규모의 부담과 성장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셋째, 중국현지 문화와 상관습에 대한 이해와 준비부족으로 성공적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넷째, 중국의 법과 제도 미비, 지방보호주의에 따른 외자기업 차별대우도 실패 요인 중 하나다.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자국의 경영환경과는 다른 상충된 요구에 직면한다. 경제적인 측면 이외에도 정치 및 문화적 압력이 적지 않다. 이러한 변화된 환경에 어떠한 전략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해외진출의 성패가 갈린다.

중국에는 꽌시(關系)라는 독특한 문화현상이 존재한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꽌시는 내자기업은 물론 외자기업의 경영성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알려져 왔다. 한중 수교 2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교역규모 2353억 달러를 달성한 것으로 볼 때, 중국과 동일문화권인 우리의 투자기업들은 꽌시의 구축과 활용으로 상당한 기업경영 성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 할 수 있다.

꽌시의 활용은 이익을 얻기 위해 인맥을 동원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에서 수 천년 동안 내려온 독특한 문화현상인 꽌시는 중국인의 사회적 연결망이며, 가치관 및 행동준칙으로 처세의 기본 틀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 유명 학자인 페이샤오통(費孝通)선생은 중국향토사회연구에서 '저수지에 돌을 던지면 생기는 동심원'으로 꽌시를 설명했다. 동심원의 중심에는 자기가 존재하며 중심에 가까울수록 자기와 밀접한 관계로 풀이된다. 중용(中庸)에서 강조하는 오륜(五倫)이나, 대학(大學)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國治國平天下)와 동일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꽌시의 활용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꽌시의 핵심은 다양한 자원의 배분 권력을 가진 공무원과의 관계다. 이전에는 공무원과의 꽌시를 잘 활용하면 저가의 토지매입, 세금우대, 인허가 절차의 간소화, 인력조달, 대출알선 등 다양한 특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18차 3중전회 이후, 중국 공무원들은 뇌물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호텔이나 고급식당에서 식사대접을 받는 것 조차도 꺼린다. 공무원들의 해외여행은 물론 고급 술을 마시는 것도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중국의 꽌시는 양면의 칼과 같다. 꽌시를 기업경영에 잘 활용하면 약이 되지만, 뇌물이나 부정 부패와 연결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관련 공무원의 낙마는 기업의 존망과 직결된다. 이제 우리기업들은 꽌시에 의존하는 전략보다는 자기의 기술력, 재무역량, 인적자원, 무형자산의 강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종전의 인건비 절감형 투자나, 저가형 제품의 중국진출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지 오래다. 고부가가치제품이나 중국 내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아직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틈새가 존재한다. 차라리 이미 구축해 놓은 꽌시를 활용해 중국내수시장을 공략하는 능력을 갖춘 파트너를 소개 받는 것이 전략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시진핑 지도부의 대대적인 사정개혁 드라이브 영향으로 중국도 시간이 흐르면 인치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에 의한 통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다국적 기업이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작동되는 시장으로 급속한 경영 환경의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중국 진출을 추진 중인 우리기업은 꽌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기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성공적 경영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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