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놓고 중국 노골적 반대에 정부 '발끈'…'내정간섭' 논란 우려 (종합)

미국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여부를 놓고 한미중 3국 간 안보 이슈를 넘어 '내정간섭' 논란을 낳을 수 있는 갈등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미국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여부를 놓고 한미중 3국 간 안보 이슈를 넘어 '내정간섭' 논란을 낳을 수 있는 갈등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부가 17일 "주변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혀,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우리정부에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해 온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명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주변국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해 나름대로 입장은 가질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의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바로 전날인 16일 중국이 외교 차관보급 협의를 통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대해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한데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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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중인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전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한미군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주면 감사하겠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류젠차오 부장의 발언 수위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는 공식적인 언급보다 높은 것이어서 사실상의 '압박'으로 외교가는 평가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을 겨냥한 우리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은 관계기관과 조율한 결과로 사실상 정부 입장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중국의 압박 수위를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려우며 자칫 ‘내정간섭’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잇따른 우려 표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정부가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중국의 입장 표명에 발끈한 것이다.

중국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도 지난달 4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 협의를 요청하면 군사적 효용성과 국가안보이익 등을 고려해 우리 정부 주도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창완취안 국방부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핵심 요격수단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자국을 겨냥한 것으로 인식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방한 중인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조태용 외교부 차관을 예방하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 배치되지 않고 여전히 이론적인 문제인 안보 시스템에 대해 3국이 강한 대표성을 가진 것으로 상정하는 것이 흥미롭다(curious)"고 말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사진= 아주경제 DB]

그러나 러셀 차관보는 "한국이 북한의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고, 북한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사드는 방어적이며 전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한·미 동맹은 한국민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미측이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공식 협의를 요청해올 때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측의 제안이 오기 전까지 우리 정부는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3NO)는 입장을 고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국방부의 공식 입장 표묭은 그동안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을 의식해 공식적으로 자제해온 관점에서 다소 벗어난 입장으로, 정부가 앞으로 사드 문제와 관련한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폐기 수순을 밟아 나갈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또 앞으로 중국에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설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권 문제인 동시에 북핵에 대응하는 국익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선을 긋되,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외교적으로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