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임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전 농협금융 회장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위원장으로 내정된 지 한 달, 퇴임식이 진행된 지 보름 넘게 지났지만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조차 구성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된지 한 달 넘게 지났지만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당초 이달 초 회추위를 구성할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13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한 논의도 하지 못했다.
인선 과정을 서두르기보다 능력있는 사람을 영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그만큼 전임 회장처럼 능력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것에 따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농협금융은 외부 인력전문기관을 통해 50여명의 기초 후보 리스트를 만들었지만 이사회에서 후보를 더 추가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임 전 회장의 이임식에서 "임종룡 회장을 넘어설 수 있는 인물이 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이사회에 당부한 바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농협금융 회장을 맡으며 조직의 고속 성장을 이끌어 왔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768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대비 162.3%나 증가한 수치다.
농협금융 측은 빠르면 이번 주 중으로 회추위가 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피아, 관피아 논란으로 인해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농협의 특성상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임 회장인 신동규 전 회장이 재무부·재정경제부 출신이고,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를 거쳐 국무총리실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외부 출신 후보군들 모두 정피아와 관피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농협금융의 기초후보명단에는 조원동 전 청와대경제수석을 비롯해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와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이종휘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 CEO로 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임 전 회장에 대한 경험 때문에 내부적으로 능력만 있다면 관피아, 정피아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겠지만 일반 여론은 다를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