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뜨거운 물속의 개구리 안되려면 규제개혁해야"

2015-03-0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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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한국경제가 '뜨거운 물속의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경제체력을 키울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박선미·이정주 기자 =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저성장·저금리·저출산의 3저(低) 시대에 맞춰 경제체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금융, 교육, 노동, 복지 등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윤 원장은 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8층 집무실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단편적인 방법만으로는 성장과 물가 기조의 전환, 인구 구조의 변화 등에 대응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원장은 최근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내놓은 비유를 인용했다. 그는 "한국경제를 두고 맥킨지가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 속의 개구리'라고 지적했는데 현재의 상황에 적절한 표현"이라며 "재정 확대와 같은 해열제 보다는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의 기초체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보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원장이 제시한 보약은 규제개혁. 그는 "경제활력을 위해서는 돈이 돌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 예가 투자 활성화를 위한 수도권 규제의 새로운 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성장 시대에 인구까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린벨트와 같은 규제 정책은 적합하지 않다"며 "(크게 보면) 예전과 달리 부동산은 투기재가 아닌 필수재인 만큼 관련 규제도 뜯어 고쳐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는 침체된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12일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윤 원장은 "금리로 가시적인 효과가 드러날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미 사상 최저치인 상황에서 금리인하 조치는 우리 경제가 좋지않다는 진단을 확인해주는 정도에 그친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외환 리스크에 대한 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요국의 환율이 각국 정부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환율 외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 들어 유렵연합(EU), 중국 등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절반이 양적완화, 금리인하 등 통화완화 조치를 시행했다.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등 18개국은 정책금리를 내렸다. 각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면 원화는 자동으로 강세를 띠게 된다. 원화 강세는 수출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제체력까지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윤 원장은 "(일본의 양적완화 및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엔화에 위안화까지 풀린 상황인데 이는 결국 자국의 통화를 절하한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이 위기를 맞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대국들의 환율 공격에는 그에 맞는 방어책이 필요하고, 환율조작국이라는 비판을 듣더라도 필요하다면 구두개입이 아닌 직접개입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3일 한국과 일본 간의 통화 스와프협정이 종료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한일 양국의 통화 스와프는 지난 2001년 7월 20억달러로 시작해 700억달러까지 늘렸지만 정치·외교적인 갈등으로 2012년부터 줄어들다가 완전히 종료됐다.

윤 원장은 "1997년 외환위기는 일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게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일본은 한국에 투자한 유럽과 선진국 자본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1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인출해갔다. 그는 "일본과 통화스와프 규모가 최고 700억달러까지 확대했던 것을 감안해 비유하자면 700달러 짜리 마이너스 통장이 없어진 것"이라며 "당장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원화가 비기축통화인 만큼 다양한 안전장치는 마련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문을 바꿔 가계부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올 들어 주택대출은 저금리 및 주택매매거래 증가로 1~2월에만 3조4481억원 증가한 상황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일부에서는 가계 빚 관리의 위험성이 커졌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러나 윤 원장은 "가계부채로 우리나라가 '폭삭' 망하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가계부채보다 가계자산이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자산과 부채를 함께 봐야 하는데, 분석 결과 대부분의 가계는 자산이 더 많았다"며 "가계자산이 마이너스인 일부 위험군만 따져봐도 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부실 안에 들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윤 원장은 "우리나라의 전국 평균 부동산 가격이 현 수준에서 20%까지 내려가도 가계부채 문제는 견딜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전국 부동산 가격이 평균 14% 떨어진 것을 감안한 결과다.

선진금융을 위해서는 '금융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진금융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형의 자산 및 노동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우리나라는 제값을 받는 것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윤 원장이 예로 든 것은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다. 윤 원장은 "UBS 프라이빗뱅킹(PB)은 부동산, 세무, 금융상품 투자 등 다양한 자문에 대한 수수료로 수익의 6~7% 를 받는 반면 우리나라 PB는 자문을 통해 얻는 고정수수료가 없다"며 "결국 펀드 등 상품 판매 수수료에만 매달리게 되고, 이는 실적을 위해 고객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펀드를 계속 돌리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수수료에 대한 정당한 지불이 이뤄져야 금융업 종사자들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고, 고객들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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