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귀한 경험을 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 XIA 3rd 아시아 투어 콘서트 플라워’에서 오랜만에 하게 됐다. 공연에 앞서 마련된 기자회견에서 김준수가 “모든 에너지를 다 쏟겠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했을 때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의례적이라고 치부했던 그 말이 진실임을 알게 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7000석을 가득 메운 관객의 함성에 “아우~ 왜 이렇게 힘이 좋아”라고 했지만 정작 가장 힘이 넘쳤던 것은 김준수 자신이었다. 작은 몸짓 하나도 2층에 앉은 기자 눈에 정확히 꽂히도록 춤을 췄고, 화려한 테크닉으로 진심을 대신하려는 법 없이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묘기에 가까운 춤을 추면서도 정확하게 ‘Incredible’을 부를 때 ‘첫 곡부터 립싱크하는구나’하고 착각해 빈정이 상했다. 클라이막스에서 동물처럼 포효하는 것은 보고는 ‘오늘 15곡을 불러야 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맘에 쏙 들어. A B C D E까지 세다가 까먹어. 동해물과 백두산도 소용없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떨려”(‘X Song’) “방안에 불이 꺼지고 편안한 옷차림으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close your eyes”(‘lullaby’)라고 귀를 애무하듯 자장가를 속삭이며 연신 골반을 흔들어 댈 때는 눈을 뗄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유려하게 춤을 출 때는 물론이거니와 피아노와 클랙식 기타로 이뤄진 단조로운 발라드(‘나의 밤’)를 부를 때조차 한음한음 온 정성을 다해 뱉어내는 김준수는 온 신경을 집중하게 했다.
솔로 3집 ‘Flower’의 타이틀 곡 ‘꽃’은 가장 마지막에 공개됐다. ‘꽃’은 방송을 못 하는 상황 속에서 공연과 정규 음반으로 더욱 제 색을 찾아가는 그의 자전적 고백이다. “짓이겨질수록 뿌리가 깊어지는 꽃”을 노래하는 김준수의 모습은 매서웠다.
“방송 활동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10곡 이상의 정식 앨범을 만드는 것은 여러모로 용기가 많이 필요한 일이죠. 어떻게 보면 제 나름대로 자부심이 된 것 같아요. 오히려 방송 활동을 할 수 있었다면 대중적인 음악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좋게 생각해보면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자유롭게 하고 있는 거죠. 제 색깔을 고수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