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도 기막힌 김영란법, 통과 하루 만에 개정의견 봇물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여야 국회의원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제정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에 대한 개정 여론이 통과 하루 만인 4일 뜨겁게 가열되고 있다.

법안의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도 당초 원안보다 적용 범위가 확대된 것에 대해 당혹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산일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인 이른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청사를 드나들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국회 본회의 통과로 최종 입법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이번에 통과된 김영란법에 유독 허점이 많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시행 전까지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실제 대한변호사협회가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에 첫 시동을 걸었다. 변협 측은 "김영란법 적용 범위에 관한 규정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헌법소원 심판 신청을 이르면 5일 헌법재판소에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김영란법' 식사비 한도 3만→5만원…27일부터 시행
• 임실군수, 인당 접대비 3만원 초과 16건…김영란법 위반 의혹에 "수행인원 집계 누락" 해명

김영란법의 수정 보완이 거론되는 부분은 △공직자를 넘어 언론인·사립교원 등 민간 영역까지 확장한 법 적용 대상 △시민단체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전문직은 제외한 민간 부문 내에서의 형평성 위배 △부정청탁 기준의 모호성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 가능성 △위헌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우자 신고 의무 △직무와 무관하게 금액 기준으로 청탁과 뇌물 수수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조항 등이다.

정치권도 비난 여론이 가열되자, 국무회의 공포는커녕 법제처 심의도 끝내기 전임에도 김영란법의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김영란법의 위헌 가능성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입법의 미비점이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겸허한 자세로 모든 목소리를 듣고 앞으로 1년 반의 준비 기간에 입법에 보완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도 이 자리에서 접대·선물제공 등을 과도하게 규제해 서민경제 침체가 우려된다는 일부 지적을 언급하며 “법 시행령을 만들 때 조정하면 된다”면서 시행령 제정에 참고사항이 될 현행 공무원윤리강령도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본회의 표결에서 법사위원장으로선 이례적으로 기권한 이상민 위원장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위헌적이며 이유 없이 언론인 등 민간분야를 포함시켰다”면서 “1년 6개월 이후에 시행될 때 선의의 피해 사례가 없도록 빨리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원들 스스로 ‘졸속 입법’을 인정한 만큼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이 발동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국회에서 여야간 충분히 검토하고 절충하고 난 후에 했어야 했는데 여론에 떠밀려 서두른 감이 있다”며 “법 취지를 유지하면서 김영란법이 충분한 검토를 거칠 수 있도록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거부권 행사는 지난 2013년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택시법)에 대해 재정 부담을 이유로 행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