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금융감독원이 관행적인 종합검사 폐지 방침을 천명한 데 이어 능력 중심의 임원인사를 단행한 것을 두고 금융권의 오랜 적폐를 청산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역시 금감원의 '솔선수범'을 강조하면서 금융사들이 정실인사 관행을 뿌리 뽑는데 동참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라인 문화'로 불리는 정실인사 관행의 온상이 바로 정부라는 비판에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또 능력있는 임직원들이 특정 지역이나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되레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임원들의 출신 학교와 지역 등을 살펴보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순히 금감원 임원 인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권에 학연 및 지연, 특히 보신주의 탈피를 요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출신, 학연, 지연 등 비합리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업무능력, 평판, 도덕성을 두루 갖춘 인물을 임원으로 중용했다"며 "금융권의 정실인사 관행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금감원이 솔선수범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도 어느 때보다 이례적인 금감원의 임원 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역시 관행적인 종합검사 폐지, 능력 중심의 임원인사 등 진 원장의 파격적인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의 정실인사 관행은 사실상 관치금융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그동안 금융지주사 회장이나 은행장 등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관치금융은 경영진 간 내분으로 확산될 정도로 금융권의 최대 병폐로 꼽혔다. 최고경영자가 아니더라도 사외이사, 감사 등의 요직에 정치권과 밀접한 인물들이 다수 선임되면서 끊임없이 논란을 양산해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권 인사에 정부가 상당부분 개입했던 게 사실인 만큼 단지 금융사를 독려한다고 정실인사 관행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금융권은 물론이고 금융당국 역시 관치금융 철폐를 위해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정실인사 철폐를 강조할 경우 정작 능력있는 직원들이 특정 지역이나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도적인 지역 및 학교 배분이 오히려 능력 중심의 인사를 왜곡시킬 가능성도 충분하다.
지난해 말 임원인사를 단행했던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당시 승진했던 한 임원이 특정 학교 출신이란 이유로 괜한 오해를 받을까 걱정도 많았다"며 "정치권에서 특정 지역이나 학교가 이슈가 되면 정당한 승진 시에도 여론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