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대중에게 강예원(32)의 이미지는 차갑고 도도한 여배우 그 자체다. 실제 모습을 보여줄 일이 많지 않았고, 드라마 출연이 드물다 보니 그저 '낯선' 연예인이다. 여기에 육감적 몸매와 파격적 노출 연기 이력까지 더해지면 더욱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그녀다.
하지만 MBC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2편을 본 시청자라면 강예원을 향해 '여배우 맞아?'라는 소리를 절로 뱉을 것이다. 얼굴 가득 홍조가 피어 있고, 없는 비비크림을 찾는 대신 "위장크림을 바르는 게 민얼굴보다 낫다"고 털어놓는다. 망가지는 외모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변비가 있다"는 속사정까지 가감 없이 드러낸다. 엉뚱, 솔직한 모습으로 '진짜 사나이' 시청자의 웃음을 책임지는 '4차원 병사' 강예원을 설 직전 서울 청담동 카페에서 만났다.
'진짜 사나이'에서 강예원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다. 저질 체력에 나쁜 시력이 겹친 군 생활, 여기에 눈물은 어찌나 많은지…. 본인 역시 방송을 보고 꽤 놀란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잘할 자신이 있었어요, 매일 1시간 정도 걷고, 운동도 꾸준히 했으니까요. 단체생활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뒤처지는 제 모습을 보니 스스로 너무 원망스러웠죠. 어디서 이렇게까지 혼난 적이 없는데 계속 제 이름이 들리니까 '멘붕'이 오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모자란 사람이었나', '정말 나약하구나' 자책하게 되고요. 눈물샘을 틀어막고 싶은데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숨 넘어갈 듯 꺼이꺼이 울었어요. 거기에 화장도 못 하고, 얼굴은 홍조에 안경까지 쓰고. 창피해서 방송을 보고 3일 동안 집 밖을 못 나갔어요, 하하."
진흙 바닥에 온몸을 밀착하고 기어가는 각개전투에 눈물 콧물 쏙 빼는 화생방까지, 쉬운 것 하나 없는 4박 5일 훈련이었지만 정작 강예원이 가장 고통스러워 한 건 바느질이었다. "주기표를 바느질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지난 1일 방송분에서 강예원은 나쁜 시력 탓에 이미지도 포기하고 돋보기를 착용한 채 의지를 불태웠지만, 주어진 시간이 다 가도록 바늘구멍에 실조차 넣지 못해 쩔쩔맸다. 설상가상 잘못 붙인 주기표를 떼다가 모서리를 뜯어 버리는 실수까지 연발하며 계속 눈물을 쏟았다.
"누구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는 처지이니 '멘붕'이 최고치에 달했어요, 오죽하면 소대장에게 바늘구멍에 실 좀 넣어달라고 했겠어요. 할머니 같은 제 모습에 화가 나더라고요. '눈이 원수지'라고 생각해도 바늘귀도 못 꿰는 모습이 참을 수 없었어요. 차라리 몸이 힘든 게 낫겠더라고요. 어차피 아픈데 어떻게 해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열심히만 하면 되잖아요."
'진짜 사나이'가 시청자에게 강예원이라는 '예능 원석'을 발견하는 시간이라면, 스스로에게는 여배우로서의 편안함을 얻을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여배우로 살면서 '센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너무 예민하게 굴지 않고, 유연하게 살자는 마음이었는데 방송을 보니까 전혀 예민하지 않더라고요(웃음). 여우인 줄 알았는데 완전히 곰이었어요. 정체성을 깨달으니 좋았죠, 하하. 있는 그대로의 모습아 드러나서 벌거벗은 모습이 다 탄로난 것 같지만 그걸 오히려 따뜻한 시선으로 느껴 주시니 더 좋은 배우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연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친근해 보이는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강예원. 그래서일까. 그의 롤모델도 조금은 바뀌었다.
"그동안 제 꿈은 나탈리 포트만이나 오드리 햅번 같은 배우가 되는 거였어요. 그런데 요즘 제 롤모델은 차태현이에요. 어디에 있어도 어울리는 편안한 배우 말이에요. 여배우라고 가리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볼 때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건 정말 잘한 일이죠, 다른 프로그램은 저를 보여 드리려 해도 잘 안 됐을 것 같아요."
도도하고 콧대 높은 여배우 이미지 대신 우리 곁에 흔하게 있을 것 같은 동네 언니의 모습으로 다가선 강예원. 색다른 모습이 보기에 좋은 건 '진짜 사나이' 속 그의 행동이 그만큼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할 '숨은 보석', 예능 초보 강예원의 모습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