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미술시장 키우려면 고미술 재평가돼야 [충정로 칼럼]

2015-02-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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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미술평론가ㆍ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김윤섭 소장]

국내 미술시장의 작년 연매출 규모가 3198억원으로 집계됐다. 2007년 6044억원에 비하면 거의 반 토막 수준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집계한 이 ‘미술시장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이 전년 대비 20.5% 감소한 ‘최악의 해’를 기록한 것이다. 또한 약 80%를 차지하는 상위 10개 화랑의 작품판매 실적은 전년보다 32.4% 감소했고, 판매 실적이 없는 화랑도 전체의 26.2%(113개)나 차지했다. 그나마 다행은 판매작품 수가 28.4% 증가한 3만5164점이었다는 점. 이는 6000만원 미만의 작품판매량 증가 등 중저가 시장이 성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젠 “미술시장의 지속적인 침체로 창작 여건이 불안정해지고,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를 의식한 듯, ‘작가 보수제도 도입’과 ‘미술품 거래정보 온라인 제공시스템 구축’ 등 작년 9월 이후 문화부(장관 김종덕)가 직접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는 ‘2018년 미술시장 6300억원 규모’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가 미술진흥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예가 처음이어서 기대 또한 크다.

 작은 희망의 불씨도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울옥션의 주가가 지난해 6월9일 2,755원을 기록한 후 이날까지 129% 올랐다는 소식이다. 매출액 역시 60% 늘어난 237억9,200만원, 당기순이익은 68% 증가한 36억300만원으로 최근 5년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는 집계다. 미술계 관련 유일한 상장회사의 선전이니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누가 뭐래도 시장은 규모가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연매출은 고작 얼마 전 카타르 왕족에게 3억 달러(3260억원)에 판매된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의 유화 한 점 값에도 못 미친다.

 과연 우리의 미술시장 규모를 확장할 수 있는 대책은 없을까? 언제까지 바닥난 곳간을 긁으며 고군분투하는 정부의 처방만 기다리며 손가락을 빨아야 할까?.  쉬운 방편은 고가의 작품판매를 늘리면 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몇몇 극소수 부유층에만 더 편중되고, 당장 돈 된다는 유명작가 혹은 해외미술품에만 더더욱 쏠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버블을 방지하려면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기반은 바로 내수시장이다. 국내 미술시장의 가장 근본적인 근간은 전통미술일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전통미술 시장이 없다. 어떻게 200년이 넘은 고미술품이 20대 현역작가의 작품가격보다 못할 수 있나? 이건 소비자 안목이나 시류만을 탓할 게 아니다. 우리 미술계 스스로 만든 자가당착이 빚은 결과이다. 세계적인 건축물로 각광받는 DDP에 국보급 간송미술관이 둥지를 틀고 빼어난 전통미술품을 선보이거나, 서울옥션과 K옥션 등 유수의 경매사들이 앞 다퉈 전통미술 테마옥션을 내세우면 뭐하겠는가. 중책을 맡은 당사자들이 도굴 문화재 매매나 고미술품의 시가를 부풀린 허위 감정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뉴스가 끊이질 않는 이상 말짱 도루묵이다.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를 당장 2배로 키울 수 있는 지름길은 ‘유난히 낮게 평가된 고미술의 재평가’에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시장 투명화를 위한 자정노력’과 ‘우리 고미술품 소장에 대한 자부심 고취’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미술시장 활성화 대안 중 하나를 우리 고미술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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