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미술시장의 지속적인 침체로 창작 여건이 불안정해지고,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를 의식한 듯, ‘작가 보수제도 도입’과 ‘미술품 거래정보 온라인 제공시스템 구축’ 등 작년 9월 이후 문화부(장관 김종덕)가 직접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는 ‘2018년 미술시장 6300억원 규모’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가 미술진흥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예가 처음이어서 기대 또한 크다.
작은 희망의 불씨도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울옥션의 주가가 지난해 6월9일 2,755원을 기록한 후 이날까지 129% 올랐다는 소식이다. 매출액 역시 60% 늘어난 237억9,200만원, 당기순이익은 68% 증가한 36억300만원으로 최근 5년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는 집계다. 미술계 관련 유일한 상장회사의 선전이니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누가 뭐래도 시장은 규모가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연매출은 고작 얼마 전 카타르 왕족에게 3억 달러(3260억원)에 판매된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의 유화 한 점 값에도 못 미친다.
과연 우리의 미술시장 규모를 확장할 수 있는 대책은 없을까? 언제까지 바닥난 곳간을 긁으며 고군분투하는 정부의 처방만 기다리며 손가락을 빨아야 할까?. 쉬운 방편은 고가의 작품판매를 늘리면 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몇몇 극소수 부유층에만 더 편중되고, 당장 돈 된다는 유명작가 혹은 해외미술품에만 더더욱 쏠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버블을 방지하려면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기반은 바로 내수시장이다. 국내 미술시장의 가장 근본적인 근간은 전통미술일 수밖에 없다.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를 당장 2배로 키울 수 있는 지름길은 ‘유난히 낮게 평가된 고미술의 재평가’에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시장 투명화를 위한 자정노력’과 ‘우리 고미술품 소장에 대한 자부심 고취’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미술시장 활성화 대안 중 하나를 우리 고미술에서 찾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