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택시 앱(App) 시장의 양대 맞수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돌연 손을 잡고 나섰다.
중국 국무원 직속 통신사인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알리바바가 투자해온 차량 예약서비스업체 ‘콰이디다처(快的打車)'와 텐센트의 ‘디디다처(滴滴打車)'가 14일 합병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합병회사의 지분 분배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언론은 합병후 디디다처가 지분 52~55%, 콰이디다처가 45~48%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합병 법인의 대표는 양사 현재대표가 공동으로 맡으며 합병 후에도 각자 브랜드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후 기업 가치는 총 60억 달러(약 6조6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중국 최대 명절 춘제(春節) 연휴 후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양사는 성명을 통해 "이번 합병으로 중국 최대의 모바일 플랫폼 택시 앱 업체가 탄생한다"면서 "이는 택시 앱 시장의 맞수인 두 기업이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을 멈추길 바라는 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합병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 택시앱 시장의 양대산맥인 두 업체는 택시 운전기사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높이며 서로를 공격해왔다. 여기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 교통 당국이 택시운영 자격이 없는 차량의 승객운송을 불법으로 단속하면서 경영환경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번 합병은 불필요한 출혈경쟁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 우버의 시장진출을 경계하기 위한 '신의 한 수'로도 해석됐다.
지난 2013년 중국에 진출한 우버는 현재 8개 대도시에서 영업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최대 포털업체 바이두(百度)의 지분투자를 받으며 든든한 동맹군을 얻은 상태다.
콰이디다처의 최대 주주 알리바바, 디디다처의 최대주주 텐센트, 우버의 바이두는 중국의 3대 IT 기업, BAT로 불리며 모바일, 포털, 온라인 금융 등 각 분야에서 맞붙고 있는 경쟁자다.
한편, 일각에서는 시장 100% 장악은 독점이라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국 정법대학교 지적재산권센터의 한 연구원은 "중국 반독점법 규정에 따르면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면 시장 지배적 위치를 확보한 것으로 본다"면서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의 합병으로 시장점유율이 50%는 물론 거의 10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독점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법적으로 기업의 독점행위는 규제하지만 독점적 지위는 규제하지 않고 있어 합병 후 움직임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인사는 "이번 합병은 쉼표이지 마침표가 아니다"라면서 "중국 택시 앱 기업은 우버라는 거대 경쟁자를 맞을 준비를 하는 것"뿐이라며 독점 우려를 일축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 차량 예약 서비스가 택시를 넘어서 다양한 교통 수단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시장이 커지고 경쟁업체가 늘어나면서 독점 행위는 있을 수가 없는게 현실"이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