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도미노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돼 경기회복을 저해하는 상황에 대한 대처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결정에 따른 자국 통화 상승 압력을 막기 위해서다. 국제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가을 이후 금리인하를 시행한 국가는 20개가 넘는다.
최근 6개월 간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도미노는 2008~2009년 금융위기 이래 처음이다. 이번 금리인하 도미노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국제유가 하락이다. 산유국 등 자원 수출국은 유가 하락으로 경기가 침체돼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철광석과 동(銅) 등 자원 가격의 하락을 초래하면서 철광석 최대 수출국인 호주는 지난 3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2.25%까지 인하했다. 같은 이유로 남미 칠레도 4개월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해 3.0%까지 내려갔으며 페루 역시 금리를 인하했다.
유로존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지난달 22일 ECB가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양적완화 도입을 결정했다. ECB의 양적완화는 유로화의 매도를 유발하면서 스위스 파랑화가 강세 압력을 받아 스위스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의 무제한 환율개입을 중단하면서 금리를 인하했다. 자국 통화 크로네를 유로화와 연동시키고 있는 덴마크는 올해에만 4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금리 인하에 신중했던 인도도 지난 달 15일 기준금리를 8.0%에서 7.75%로 내렸다. 인도의 경우 아직도 높은 금리가 적용되고 있어 추가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고 시장은 내다봤다.
중국 인민은행도 2014년 11월 단행한 금리 인하 조치에 이어 이달 4일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예금지급준비율을 0.5% 포인트 인하했다. 인민은행이 예금지급준비율을 낮춘 것은 2012년 5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생한 금리인하 도미노에 대해 “환율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국은 금리인하를 단행해 자국 통화 환율을 낮추고 수출 증대로 이어지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이들 국가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중순에도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고용시장의 회복세가 FRB의 경기 판단에 부합할 경우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 상황에서도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달러화는 다른 통화에 비해 높은 환율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엔화와 유로화 대비 달러화의 변동률은 2014년 8월 이후 16%까지 상승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경기는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개인소비를 끌어 올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글로벌 기업에게 달러 강세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잇달아 발표한 글로벌기업의 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연준의 금리인상을 경계하는 미국 기업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연준이 실제로 금리인상을 단행할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