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손녀가 상속받은 조부의 작품 중 상당수를 처분해 ‘현금화'할 계획을 세우면서 미술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카소의 손녀 마리나 피카소(64)는 피카소가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 파울로의 딸이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사망 후 그의 작품 가운데 회화 300여점을 상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술계에선 경매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미술품을 판매하는 비전통적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카소의 작품이 대량으로 시중에 나올 경우 작품 값이 내려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마리나 피카소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조부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팔 예정이며 어떤 작품을 얼마나 팔 것이냐는 필요에 따라 하나씩 판단하겠다"면서 "작품을 팔아 돈으로 갖고 있으면서 인도적 목적에 재분배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낫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사람들은 상속을 받은 데 대해 내가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그것은 사랑 없는 상속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텍사스 주 샘 휴스턴 대학의 앙리크 말렌 교수는 "피카소의 작품을 팔려는 후손은 가끔 있지만, 속도를 내는 사람은 마리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리나 피카소는 과거에도 스위스인 딜러를 통해 작품을 판매해왔다. 그러나 그녀는 2008년 스위스인 딜러가 사망하면서 경매회사를 이용해 왔으나, 기대 이하의 값을 받은 데 대해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NYT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