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2015년은 한국 과학기술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해가 될 전망이다.
광복 70주년일 뿐만 아니라 1967년 설립돼 국내 과학기술정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과학기술처 설립 50주년을 1년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2013년 기준으로 국내 총 연구개발(R&D)비는 세계 6위(59조3009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세계 1위(4.15%)에 올라서는 등 성장을 거듭해왔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3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그 간의 과학기술정책 추진 성과와 문제점을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50년을 설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절대규모는 미국의 8분의 1, 일본의 4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고 우리가 두려워하는 중국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면서도 “국내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기초연구 강국인 영국의 1.3배, 혁신성 높은 이스라엘의 5.4배의 R&D 투자는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KISTEP은 지난달 21일 ‘2015 과학기술정책 10대 이슈’ 선정해 발표했다.
10대 이슈에는 미래변화 대응, 국가경쟁력 확충,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세 가지 큰 줄기 아래 △과학기술계 여성리더십 확산과 젠더혁신 △과학기술 중심의 통일강국 실현 △신 우주경쟁 시대의 발전 전략 수립 △21세기 미래인재양성 시스템 구축 △창조경제 시대 과학기술 혁신시스템 확립 △한국 제조업 신 중흥시대 개척 △과학외교를 통한 글로벌 리더십 확보 노력 △과학기술 기반 일자리 확충 △과학기술과 사회의 소통 실현 △신 위험사회에서의 과학기술 역할 정립 등이 차례로 담겼다.
10대 이슈만으로 올해 KISTEP의 계획이 어느 정도 설명이 될 정도였다.
박 원장은 이 가운데 과학기술계 여성리더십 확산과 젠더혁신을 첫 손에 꼽았다.
그는 “기존에는 인재적인 측면에서 소외된 여성과학자 숫자를 늘리고 여성이 과학계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프로모션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애초에 과학기술 연구를 할 때부터 성의 차이 고려해서 연구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최근 10년 동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퇴출된 10개의 약물 중 8개가 여성에게 부작용 때문이었다”면서 “임상 실험도 수컷 쥐를 통해서 하다 보니 기본적인 약의 함량이 남성과 여성이 달라야 됨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준이 남성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모든 남성중심의 현상과 사고들을 바로 잡는 것이 젠더혁신이라는 것이다.
박 원장은 그러면서 과학계에서 여전히 여성에 대한 심리적인 벽은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고등학교 때 물리학과 생물학을 좋아했고 대학교 진로를 결정할 때 ‘여자가 왜 물리학과를 가려고 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유학 후 1987년에 귀국해 연구소나 교수 임용 등 취직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어느 분야든 ‘30%’가 되면 소수라고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면서 “현재 평균 20%도 못 미치는 여성연구원 숫자를 30%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장은 올해 ‘혁신’과 ‘융합’이라는 화두를 통해 과학계의 사회적 역할들을 선도하고 다른 출연연들을 평가하는 KISTEP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예산, 기획, 평가라는 KISTEP 본연의 업무를 바탕으로 R&D의 효율적인 선순환을 위해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이는 박 원장이 취임 이후 가장 공들였던 부분이라는 게 KISTEP 측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R&D 효율성이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기관평가 방법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대부분의 연구가 당장의 성과에 매몰돼 있다”면서 “평가 역시 논문이나 특허의 개수 등 양적인 부분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장은 “논문의 질은 양적인 성장 폭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심지어 ‘장롱특허’라는 말이 나오고 있고 이와 관련해 KISTEP이 의미 있는 제안을 해야 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길어야 하루 정도 평가하고 있는 기관평가를 최소 일주일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박 원장의 복안이다.
그는 “돈이 많이 들면 기관평가를 3년에 한번만 해서라도 한번 할 때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기관에 대한 충분한 설명 자료를 만들고 국내외 전문가와 연구행정 전문가를 모아서 충분히 논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틀에 얽매여서 평가하는 사람도 찜찜하고 평가를 받는 쪽도 불만족스러워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기관장과 연구원들에 직급별 면담도 진행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올해는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산·학·연·관이 함께 모여 ‘혁신의 혁신’을 논의하기 위한 원년이 될 것”이라며 “KISTEP은 설립 이래 국내 과학기술계의 성장과 그에 따른 성장통을 함께 해왔던 만큼 앞으로도 과학기술계 발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영아 KISTEP 원장은…
◆ 학력
- 1979년 상명여자고등학교 졸업
- 1983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학사
- 198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물리학과 박사
◆ 경력
- 1988년 2월~1989년 2월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 객원조교수
- 1989년 3월~2013년 9월 명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2005년 1월~2006년 12월 명지대학교 교수협의회(자연캠퍼스) 부회장
- 2006년 4월~현재 아시아·태평양 물리연합회 여성물리실무그룹 위원장
- 2007년 1월~2010년 12월 한국물리학회 부회장
- 2007년 7월~2008년 10월 세계물리연맹 제3차 세계여성물리대회 조직위원장
- 2008년 5월~2012년 5월 제18대 대한민국 국회 국회의원
- 2013년 10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취임
- 2014년 6월~현재 중앙공무원교육원 정책자문위원
- 2014년 11월~현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2기 자문위원
- 2014년 12월~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이사
광복 70주년일 뿐만 아니라 1967년 설립돼 국내 과학기술정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과학기술처 설립 50주년을 1년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2013년 기준으로 국내 총 연구개발(R&D)비는 세계 6위(59조3009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세계 1위(4.15%)에 올라서는 등 성장을 거듭해왔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3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그 간의 과학기술정책 추진 성과와 문제점을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50년을 설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10대 이슈에는 미래변화 대응, 국가경쟁력 확충,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세 가지 큰 줄기 아래 △과학기술계 여성리더십 확산과 젠더혁신 △과학기술 중심의 통일강국 실현 △신 우주경쟁 시대의 발전 전략 수립 △21세기 미래인재양성 시스템 구축 △창조경제 시대 과학기술 혁신시스템 확립 △한국 제조업 신 중흥시대 개척 △과학외교를 통한 글로벌 리더십 확보 노력 △과학기술 기반 일자리 확충 △과학기술과 사회의 소통 실현 △신 위험사회에서의 과학기술 역할 정립 등이 차례로 담겼다.
10대 이슈만으로 올해 KISTEP의 계획이 어느 정도 설명이 될 정도였다.
박 원장은 이 가운데 과학기술계 여성리더십 확산과 젠더혁신을 첫 손에 꼽았다.
그는 “기존에는 인재적인 측면에서 소외된 여성과학자 숫자를 늘리고 여성이 과학계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프로모션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애초에 과학기술 연구를 할 때부터 성의 차이 고려해서 연구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최근 10년 동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퇴출된 10개의 약물 중 8개가 여성에게 부작용 때문이었다”면서 “임상 실험도 수컷 쥐를 통해서 하다 보니 기본적인 약의 함량이 남성과 여성이 달라야 됨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준이 남성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모든 남성중심의 현상과 사고들을 바로 잡는 것이 젠더혁신이라는 것이다.
박 원장은 그러면서 과학계에서 여전히 여성에 대한 심리적인 벽은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고등학교 때 물리학과 생물학을 좋아했고 대학교 진로를 결정할 때 ‘여자가 왜 물리학과를 가려고 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유학 후 1987년에 귀국해 연구소나 교수 임용 등 취직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어느 분야든 ‘30%’가 되면 소수라고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면서 “현재 평균 20%도 못 미치는 여성연구원 숫자를 30%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장은 올해 ‘혁신’과 ‘융합’이라는 화두를 통해 과학계의 사회적 역할들을 선도하고 다른 출연연들을 평가하는 KISTEP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예산, 기획, 평가라는 KISTEP 본연의 업무를 바탕으로 R&D의 효율적인 선순환을 위해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이는 박 원장이 취임 이후 가장 공들였던 부분이라는 게 KISTEP 측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R&D 효율성이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기관평가 방법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대부분의 연구가 당장의 성과에 매몰돼 있다”면서 “평가 역시 논문이나 특허의 개수 등 양적인 부분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장은 “논문의 질은 양적인 성장 폭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심지어 ‘장롱특허’라는 말이 나오고 있고 이와 관련해 KISTEP이 의미 있는 제안을 해야 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길어야 하루 정도 평가하고 있는 기관평가를 최소 일주일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박 원장의 복안이다.
그는 “돈이 많이 들면 기관평가를 3년에 한번만 해서라도 한번 할 때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기관에 대한 충분한 설명 자료를 만들고 국내외 전문가와 연구행정 전문가를 모아서 충분히 논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틀에 얽매여서 평가하는 사람도 찜찜하고 평가를 받는 쪽도 불만족스러워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기관장과 연구원들에 직급별 면담도 진행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올해는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산·학·연·관이 함께 모여 ‘혁신의 혁신’을 논의하기 위한 원년이 될 것”이라며 “KISTEP은 설립 이래 국내 과학기술계의 성장과 그에 따른 성장통을 함께 해왔던 만큼 앞으로도 과학기술계 발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영아 KISTEP 원장은…
◆ 학력
- 1979년 상명여자고등학교 졸업
- 1983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학사
- 198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물리학과 박사
◆ 경력
- 1988년 2월~1989년 2월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 객원조교수
- 1989년 3월~2013년 9월 명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2005년 1월~2006년 12월 명지대학교 교수협의회(자연캠퍼스) 부회장
- 2006년 4월~현재 아시아·태평양 물리연합회 여성물리실무그룹 위원장
- 2007년 1월~2010년 12월 한국물리학회 부회장
- 2007년 7월~2008년 10월 세계물리연맹 제3차 세계여성물리대회 조직위원장
- 2008년 5월~2012년 5월 제18대 대한민국 국회 국회의원
- 2013년 10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취임
- 2014년 6월~현재 중앙공무원교육원 정책자문위원
- 2014년 11월~현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2기 자문위원
- 2014년 12월~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