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부지 전시장 활용할 현대차…세금폭탄 피할 전망

2015-02-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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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한 현대자동차 그룹이 대규모 '세금폭탄'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그룹은 한전 부지의 상당 부분을 전시·컨벤션센터와 업무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큰 그룹사 사무실 등으로 활용할 계획으로 이렇게 되면 업무용 부동산으로 간주돼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과세기준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에서 투자는 과세 범위에서 제외되는데 세법 시행령에는 업무용 건물 신·증축 건설비와 이를 위한 토지매입비가 투자로 인정된다.

1일 정부에 따르면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담은 세법 개정안 시행령의 시행규칙에는 업무용 부동산의 범위에 기업의 생산품에 대한 전시공간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시행규칙은 설 이전에 발표된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과 관련된 전시장은 기업활동과 연계돼 있고 임대를 해주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용 부동산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의 투자·임금증가·배당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하는 부분에 대해 10%의 세율로 과세한다. 사내유보금이 투자되도록 유도해 경기활성화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현재 현대차는 한전부지를 사옥과 전시·컨벤션센터, 호텔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며, 사옥과 전시·컨벤션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부지처럼 복합 개발하는 경우 종류별로 다른 규정을 적용받는다면, 호텔 등 일부 부지에 대해서만 비업무용으로 과세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전시·컨벤션센터에서는 자동차 판매도 이뤄질 예정이어서 업무용 부동산으로 판정받을 가능성이 더욱 커 보인다.

그러나 호텔건물에 업무용 공간이 포함될 경우 과세 적용이 상당히 애매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종류별로 과세가 되지 않고 전체 부지의 일부만 비업무용으로 사용될 경우 전체를 업무용으로 간주하거나, 아예 비업무용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기재부는 기업이 토지 매입 시점부터 일정 기간 안에 업무용 건물 신·증축을 위해 착공하면 투자로 인정해주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첫삽을 뜰 때를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 매입 후 업무용 투자로 인정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1년 반 전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가 오는 9월 매입이 완료되는 한전 부지를 2017년 1월께까지 착공할 계획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매입 후 착공까지 길어도 1년 5개월 정도 걸리는 셈이다.

기재부는 한전 부지와 무관하게 업무용 토지에 대한 기업의 개발 인·허가 기간 등을 조사해 기간을 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대책에서 한전 부지 인허가 절차를 내년까지 앞당겨 해결해주기로 한 만큼, 최소한 한전 부지의 착공 시기를 감안해 시행규칙을 만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러 기업의 경우와 제도의 실효성을 감안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면 적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효성있고 합리적인 기준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물 신축비에 대해선 투자로 인정해줄 수 있지만 토지 매입비 자체는 국내총생산(GDP)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투자로 인정해서는 안된다"면서 "행정부가 납세자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그릇되게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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