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2015년은 통계청의 가장 큰 사업 중 하나인 인구주택총조사가 있는 해이다. 1925년 시작, 매 5년마다 조사원이 가가호호 직접 방문해 조사하고 그 결과를 제공해온 인구주택총조사는 올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는다. 등록센서스 방식이라는 획기적인 시도를 통해 국민의 응답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국가예산 1400억원 절감이라는 성과도 이룰 계획이다. 2013년 3월 취임 이후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든 박형수 통계청장은 통계청 90년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 서있다. 아주경제신문은 취임 당시 부터 최연소 차관급이자 비(非) 관료 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박형수 통계청장에게 지난 2년에 대한 소회와 올해 통계청의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 긴 호흡으로 국가통계 발전의 기초를 닦는 일에 중점
그는 "2013년에는 향후 5년간 국가통계가 나아갈 비전과 방향을 제시한 제1차 국가통계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지난해 4월에는 국가주요지표 체계 구축 및 서비스, 6월에는 국민 삶의 질 지표 서비스 등 통계에 기반한 정책결정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통계가 체감하는 것과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물가·소득통계 등 주요 통계에 대해 국민체감과 통계 지표 간 차이 해소 방안 마련에 역점을 뒀다"며 "특히 국제노동기구(ILO)에서 2013년 10월 새로이 확정한 기준을 적용해 회원국 중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고용보조지표를 작성, 공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그간의 노력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현실과 통계의 괴리 줄여…'고용보조지표' 발표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고용보조지표'는 발표 직후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체감 실업률', '사실상 실업률' 등으로 혼용하는 사례가 많아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가 나왔다.
박 청장은 "고용보조지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질의문답자료 배포, 설명회 개최, 언론 기고 등 다양한 수단으로 홍보했으나 사실상 실업률 등으로 혼용하는 사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보조지표는 실업자 이외에 그동안 그동안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등 비교적 단편적으로 파악되던 대상을 '취업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노동력'의 개념으로 새롭게 범주화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현재는 어느 정도 정착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노동기구(ILO)의 통계국에서 한국 통계청이 새로운 기준을 채택, 적용하는 선두 통계기관이 된 것을 축하하며, 우리나라의 경험을 다른 국가와 공유하고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박 청장은 고용보조지표를 통해 파악된 이들의 규모와 변화추이, 인구학적 특성 등을 파악하면서, 세부 대상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정책을 개발·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취업준비생, 주부 등 고용보조지표상 잠재경제활동인구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핵심계층으로 이에 대한 심층 분석 등을 통해 정책 이행점검 및 보완책 마련 등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이용자와 작성기관 등 주체별 맞춤식 정책 추진
올해 통계청의 주요 업무추진 방향에 대해 박 청장은 이용자와 사용자, 응답자 등 주체별로 맞춤식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청장은 "응답자 측면에서는 국민의 통계조사 응답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처 간 협업을 통해 행정자료를 최대한 활용하고, 현장조사 기법의 선진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이용자 측면에서는 필요한 국가통계를 좀 더 쉽게 찾고, 관련 통계의 가공·비교·분석 등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도록 대국민 국가통계서비스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성기관 측면에서는 각 기관에서 생산하는 통계가 세계 최고 수준의 통계가 될 수 있도록 국가 통계의 품질 등을 관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박 청장은 이와 함께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정책에 필요한 통계에 대해 연구하는 한편 통계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기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 90년 만에 바뀌는 통계 패러다임…인구주택총조사 등록센서스 방식 전환
통계청의 올해 가장 큰 사업은 인구주택총조사이다. 특히 올해는 90년만에 조사 방식이 바뀌는 등 큰 변화가 예고된다.
박 청장은 "우리나라는 지난 1925년부터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했는데 전통적으로 매 5년마다 조사원이 직접 방문 조사를 원칙으로 해왔다. 하지만 맞벌이가구나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조사원이 가구를 방문해도 집에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고, 방문한 조사원에게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등 현장 조사에 대한 어려움이 증가해왔으며 조사예산도 매 주기마다 50%이상 증가하여 지난 2010년 총조사는 1800억원 이상이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는 지난 90년간 현장조사 방식으로 작성되던 총조사를 11개 기관의 21종 행정자료를 활용해 통계를 생산하는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전환, 국민의 응답부담을 크게 경감하고 국가예산도 1400억원 이상 절감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작성이 되는 기본통계 이외에 필요한 세부·심층 항목에 대해서는 20% 표본가구를 선정하여 종전과 같이 현장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청장은 "통계청 조사 내용은 개인정보보호법 제33조와 제34조에 의거해 철저히 보호되고 통계작성용으로만 사용되므로 안심하고 협조하셔도 된다"며 "20% 현장조사에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 10년 주기 '경지총조사'에 원격탐사기술 접목
통계청은 지난해와 올해 2개년에 걸쳐 원격탐사기술을 접목한 경지총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경지총조사란 작물재배면적 및 생산량조사의 모집단 구출을 위한 총조사로 그간 10년 주기로 진행돼왔다.
원격탐사란 조사원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실측하는 것이 아닌 위성·항공영상을 활용해 원거리에서 대상체의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을 말하며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정보생산의 비용절감 및 시의성 제고를 위해 위성영상의 활용을 이미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아리랑 2호(2006년), 3호(2012년, 0.7m급 고해상도), 5호(2013년, 전천후 레이더위성)의 성공적 발사로 별도 비용 없이 위성 영상을 경지총조사에 활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아리랑위성 및 고해상도 항공영상을 바탕으로 영상판독지침에 따른 경지판독·경계구획 및 검수를 거쳐 경지모집단을 구축한 후 마지막으로 자동화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작물면적 및 생산량조사를 위한 조사구(표본추출틀)를 생성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박 청장은 "우리 청은 지난 2008년 이후 농업통계 생산방식의 선진화를 위한 원격탐사기술의 실용화 노력을 계속해 왔다"며 "이번 경지총조사를 통해 농업통계의 과학화 및 정확성 제고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은 물론 현장조사의 축소 등을 통해 매회 50여억 원 이상의 예산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자영업 통계, 해외직구 및 역직구 통계 등 새로운 통계 발굴
박 청장은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새로운 통계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올해 다양한 경제사회 통계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나오는 새로운 통계를 몇 가지 소개하자면 우선 퇴직자의 과다한 자영업 진출을 방지해 사회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자영업 통계'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선제적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제조업제품 공급동향지수', 지역균형발전 및 지역경제 활력제고를 지원하기 위해 '시도 소매판매 동향'과 '시도 서비스업생산동향' 등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해외직구와 이와 관련 해외 역직구 통계 개발도 추진, 기업의 수출과 해외진출 촉진 등 경제정책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또한 박 청장은 "지난해 실시한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여성, 고령자 등 정책 대상별 맞춤형으로 작성·제공하고 돌봄(고령자, 10세미만 등), 분거가구 등 다양한 사회 이슈별로도 분석해 6월에 공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통계 인력 등 인프라 부족…인력 보강 및 교육 강화로 해법 모색
박 청장은 통계의 중요성에 비해 통계 인력이나 예산 등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문제는 통계청뿐만 아니라 다른 통계작성기관도 해당하는 문제로 우리나라의 국가 통계체계는 분산형으로 현재 389곳의 통계작성기관에서 934종에 이르는 국가통계를 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통계 인프라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 취약하다. 우리나라의 국민 1만명당 통계인력 공무원수는 캐나다 14.88명, 호주 12.85명, 스웨덴 9.78명에 한참 모자란 5.88명에 불과하다.
박 청장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지난해부터 통계작성기관의 경우 통계 역량을 평가하고 취약한 기관에 대한 통계조직·인력 등 보강 추진하고 있고 통계작성기관과의 인사교류를 확대하고 통계 전문 교육훈련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계예산 사전심사시 국가통계발전 시행계획에 반영된 통계사업을 우선 반영하고 통계품질 보장을 위한 적정 예산편성 여부 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