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최근 전남 광양지역 일부 아파트 수도에서 온수를 틀었을 때 녹물이 나와 주민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보일러 회사와 광양시가 서로 책임을 미루며 근본적인 대책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광양시에 따르면 최근 광양지역 일부 아파트 13개 단지 213세대 수돗물에서 녹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수년전부터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해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광양시 등 관계기관에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해 왔지만 정작 광양시는 겨울철에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고 일부 세대에서만 발생한 문제로 상수도 등 시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보일러 회사 역시 다른 지역이 아닌 광양지역에서만 이 같은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는 점과 특별 점검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광양지역 상수원 등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해당 아파트의 한 보일러 제조사인 경동 보일러는 "데워진 물이 나오는 온수관은 재질이 스테인리스여서 녹이 발생할 우려가 없다"며 "점검 결과 보일러에 차가운 물이 공급되는 직수관 부분에 필터를 새것으로 교체 후 1분이 지나자 필터가 녹물 색으로 변한 걸 확인했는데 이는 배관 쪽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와 보일러 업체 간의 책임 떠넘기는 사이 이들 아파트에서 계속 녹물이 나와 주민 불편이 커지자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구성된 주택관리사협회 전남도회는 최근 전남 22개 시군 입주 5년 미만의 아파트 단지 가운데 온수를 사용할 때 녹물이 발생되는 아파트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광양지역에서만 녹물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녹물 피해가 있는 13개 아파트 관리소장을 중심으로 한 온수 오염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공동대응에 나섰다.
주민들은 "입주한지 5년도 안 된 아파트에서 문제가 발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수년째 이런 현상이 있는데도 아직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양시 수도과는 "자체 수질검사 등을 벌였지만 현재 수질 감시 체제 하에서 '광양시 수돗물은 안전하다'"면서 "터무니 없는 불신 조장에 동요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냉수에서는 발생하지 않은 누런 수돗물의 원인 파악을 위해 공동 저수조 2곳과 해당 아파트에서 온수와 냉수 시료를 채취해 전문검사기관에 수질검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광양시와 보일러 회사 측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 전에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시뻘건 녹물이 쏟아 지고 있는데도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광양시의 발표에 해당 주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