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과 협박 피의자인 모델 이지연 간의 온라인 평판 전쟁은 이병헌의 절대적 우세 속에서 치뤄졌다. 탄탄한 소속사에 수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이병헌과 무명에 가까운 이지연은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5일 연예전문 디스패치가 이병헌과 이지연의 5차례 만남에 대해 전하며 이들이 주고받은 문자를 공개한 뒤 상황은 급반전되었다. 한편 이지연의 부모님에 의하면 이지연은 "스스로를 속이고 '꽃뱀'이라는 치욕스러운 수식어를 달고 사느니 차라리 감옥에서 모든 죗값을 치르고 나오겠다"라고 전했다.
이병헌·이지연 사건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지만 평범한 중년 남성들이 종종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리는 경우에 대해 논하기로 하자. 이른바 ‘생활 속의 꽃뱀’ 이야기이다.
‘꽃뱀’의 사전적 의미는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몸을 맡기고 금품을 우려내는 여자”이다. 꽃뱀이 영어로는 ‘Gold Digger’(1.금 캐는 사람, 2.남자에게서 돈을 우려내려는 여자)인데, 그 어원은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를 무대로 골드러시가 일었을 당시 돈벼락을 맞은 광부들에게 자신의 미모와 섹스를 무기로 금을 빼낸 여성들에게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도 꽃뱀의 규모나 종류가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하다. 꽃뱀조직은 단독형, 미성년자 친구들과 함께 하는 품앗이형, 아내가 총대를 메고 남편과 가족들이 적극 참여하는 가족기업형, 가족을 포함한 수십 명이 조직적으로 가담하는 기업형 등이 있다. 이런 ‘전업 꽃뱀’ 외에도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꽃뱀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생활 속의 꽃뱀’이라고 칭한다.
현실 속의 중년남성들은 대개 정에 목말라 하고, 외로움에 끊임없이 ‘로맨스’를 꿈꾼다. 소심한 중년남자들이 아주 쉽게 마음을 내주고 경계를 푸는 것이 바로 주위의 쉽게 만나는 생활 속의 여자들이다. ‘생활 속의 꽃뱀’은 전문 꽃뱀과는 달리 팜므파탈(femme fatale)도 아니고 젊고 예쁘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 직장비서, 승진을 기다리는 직원, 기획부동산, 전화대출직원, 보험설계사, 거래처 직원, 단골 식당 사장, 학점에 목마른 학생 등 일상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여자들인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형태라도 여성이 을(乙)의 입장으로 갑(甲)인 남자와 금전적 혹은 비금전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들 남녀 간의 식사나 술자리, 드라이브와 같은 개인적인 만남이나 전화, 문자, 카톡, 페북 등을 통한 사적 대화는 뇌물과 마찬가지로 소정의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혹독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2014년 8월 말 현재 20대는 여성의 신용불량자비율이 유일하게 남성보다 높았다. 20대의 경우 여성의 신불자 비율은 9.20%(34만6천6백97명)로 20대 남성 8.98%(36만2천7백95명)보다 0.22%포인트가 높았다. 20대 여성은 소비절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반면 카드 사용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2012년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가 초·중·고교생 각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고교생 44%가 "10억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행도 무릅쓰겠다"고 대답했다. 이런 도덕적 불감증과 황금만능주의는 돈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생활 속의 꽃뱀’이 금전적인 동기 외에 남자를 성범죄자로 모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복수이다. 여자가 복수를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55.9%)가 ‘인간적으로 무시를 당했을 때’라는 설문조사가 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복수가 바로 성추행·성폭행범으로 모는 것이고, 합의금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하지만 ‘생활 속의 꽃뱀’들이 경제적 이득, 승진, 학점, 계약성사, 특혜 등을 받기 위해 순진한 남자들을 성추행범으로 몰고 쉽게 목적을 달성한다면, 그것 또한 정의사회는 아닐 것이다. 또한 로맨스에 대한 중년남성의 헛된 꿈은 평범한 여성을 꽃뱀으로 만들고,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 있는 일종의 독소와도 같다. ‘전업 꽃뱀’이나 ‘생활 속의 꽃뱀’에게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오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남성들이여, 세상에는 공짜점심이 없다!
맥신코리아 한승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