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청와대 비선실세 파문에 휩싸인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7%까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동으로 박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인(人)의 장막’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돌출 변수’로 등장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범 보수층의 결집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12월 셋째 주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7%로, 지난주 대비 4% 포인트 하락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미만으로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朴대통령 부정평가 비율 52%, 역대 최고치…통합진보당 해산 판세 바꾸나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률 역시 최고치로, 정윤회 파동 이후 민심이반 현상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는 의견을 유보(어느 쪽도 아님 3%, 모름·응답거절 7%)했다.
세월호 특별법 논란이 최고치에 이른 지난 8월 둘째 주 46%에서 11월 넷째 주 45%까지 큰 변동 폭이 없었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윤회 파동이 본격화된 12월 첫째 주 42%, 둘째 주 41%, 셋째 주 37% 등으로 수직 하강했다.
특히 정윤회 파동 이후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범 보수층조차 등을 돌리면서 ‘박근혜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실제 8월 둘째 주와 12월 셋째 주 세부 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부산·경남·울산의 경우 ‘60%→38%’, 대구·경북 ‘66%→46%’으로 폭락했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충청권 역시 ‘44%→37%’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세대별 지지율도 마찬가지였다. 60대 이상에서는 ‘77%→65%’, 50대 ‘55%→53%’ 등으로 하락했다. 선거 당락을 가르는 핵심 중도층은 40대는 ‘41%→28%’로 급락했다. 세월호 참사에도 박 대통령을 떠나지 않았던 영남권과 4060세대, 즉 범 보수층이 정윤회 파동을 기점으로 박 대통령을 떠난 셈이다.
◆선거 당락 가르는 중도층 40대, 4개월 만에 ‘41%→28%’로 급락
한국갤럽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세와 관련, “이번 주 변화의 가장 특징은 부정률이 대구·경북(33%→46%)과 부산·울산·경남(42%→53%) 등 지금까지 박 대통령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이던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주까지 긍정-부정률이 모두 40% 중반이던 여성도 이번 주는 긍정 39%, 부정 49%로 바뀌었다”며 “이는 박 대통령의 기존 지지층에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여파가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날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기된 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 소송에서 ‘정당 해산 결정’을 하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층과 반대층이 강하게 충돌할 전망이다.
헌재가 이날 진보당 정당 해산 최종 결정문을 통해 진보당의 사회주의 추종 등 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시, 해방 이후 계속된 범 보수층의 반북(反北) 심리 기제에 불이 붙을 수밖에 없어서다.
진보당 해산 사태가 정윤회 파동 등 연말정국의 이슈를 모두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작용할 경우 당분간 정치판은 종북주의를 둘러싼 공방전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가 진보당 해산 카드로 본격적인 공안몰이에 시동을 걸어 지지층 결집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이 지점과 궤를 같이한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16일~18일 사흘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뒤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을 통해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6%(총통화 6180명 중 1006명 응답 완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