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은행 현지법인 '실적 곤두박질'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중국 현지법인 실적이 수 년째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우리은행의 중국법인인 중국우리은행은 2007년 설립 첫해 42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이후 2008년 226억원까지 확대됐지만,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지난해 102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올해 역시 3분기 현재 54억원에 불과하다.
2007년 문을 연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도 첫해 74억79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린 뒤 2011년 순이익이 298억6700만원까지 불었다. 하지만 그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58억53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의 경우 3분기 기준 15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2년 중국법인을 설립한 국민은행도 지난해 16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는 7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중이다.
◆"현지화 실패… 글로벌 경쟁력도 부족"
국내 은행들의 중국 공략 실패 요인으로 현지화 실패가 꼽힌다. 금융감독원이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를 대상으로 현지화를 평가한 결과, 지표는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이 규모, 네트워크, 고객기반, 인지도 면에서 현지 및 외국계 금융기관과 비교해 떨어지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내 은행들은 주로 한국인과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과 수출입 거래 관계가 있는 현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한국계 은행에 대한 인식이 낮다.
더욱이 현지 금융사들과 비교해 글로벌 경쟁력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뱅커'가 선정한 '글로벌 1000대 은행'을 보면 국내 금융사 가운데 50위 안에 드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가장 높은 KB금융이 68위에 올랐을 뿐이다.
이정진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중국은 대출금리는 전면 자유화되는 등 금융시장 개혁이 진행 중이다"면서 "향후 예금금리가 자유화된다면 고객 유치를 위한 은행간 경쟁이 격화돼, 규모가 작은 중소 은행들의 경영난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대 은행 중국 공략 전략은?… "현지화"
국내 은행들은 중국 사업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 중국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을 확대하는 등 현지화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한국계 은행의 중국진출 및 영업확장이 가속화 되면서 한국계 고객에 대한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한국계 고객만으로 지속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강점인 소매영업 노하우와 IT 기술, 상품개발 능력을 통해 한국계 기업과 교민 뿐만 아니라 중국기업 및 개인에까지 영업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현지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영업하기 위해 현지법인 사외이사로 중국 인사를 영입하고 관리 및 영업담당 임원들 역시 현지 금융전문가로 임명하는 등 현지 밀착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상품과 서비스 부문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현지화에 초점을 맞춰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따라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체 500여명의 직원 가운데 현지 인력이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중국 현지 영업 기반인 한국계 기업과 개인 고객과의 거래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기업, 중국인과의 거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현지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다수 진출한 지역으로 채널을 확대해 이를 바탕으로 중국 고객과의 거래를 확대시킬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외환은행의 중국 현지법인과 통합했다. 이에 하나은행의 현지인 대상 소매금융 영업과 외환은행의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 업무 노하우를 융합해 본격적으로 현지화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을 상임 이사회의장으로 영입하여 중국 현지 영업을 총괄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