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세계 최대 파이넥스 3공장 첫 공개 “창조기술 상징”

2014-12-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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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포스코가 지난 1월 14일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연산 200만t 규모의 파이넥스(FINEX) 3공장이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포스코는 17일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 협약식에 맞춰 회사 기술 창조의 산물인 파이넥스 설비를 외부에 소개했다. 첫 방문객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파이넥스는 수백년 이상 이어온 용광로를 대체할 포스코 고유 제철공법으로 원료의 예비처리 과정없이 자연상태의 가루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용해 철을 만드는 혁신 기술이다. 이날 공개된 200만t 설비는 파이넥스가 규모의 쇳물생산에 있어서 용광로 공법과 경쟁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파이넥스 설비는 코크스 제조공장과 소결공장을 생략하고, 값싼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바로 사용하기 때문에 투자비와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 또한, 용광로 대비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각 40%와 15% 수준에 불과하고 비산먼지도 71% 수준으로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래픽=포스코 제공]


일본의 ‘DIOS법’, 호주의 ‘HISMELT법’, 유럽의 ‘CCF법’, 브라질의 ‘TECNORED법’ 등 해외에서도 괴철광석와 고점결 유연탄의 고갈에 대비하고 환경친화적으로 쇳물을 생산하기 위해 용광로 대체 공법을 추진했지만 아직 상용화하지 못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포스코만이 이 기술의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포스코측은 “파이넥스 공법의 성공은 정부와 기업, 연구소와 현장의 유기적인 협조와 신뢰가 일궈낸 성과이자 자원과 기술, 자본도 없는 황무지 상태에서 오로지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일념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포스코 성공스토리의 진수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가 제철기술의 자립을 추진한 것은 1992년 즈음이었다. 그해 포스코는 1973년 103만t 규모의 1기 설비를 준공한 이래 광양제철소 4기 준공에 이르기까지, 2080만t 규모의 4반세기 동안의 대역사를 완수했다. 한 눈 팔지 않고 앞만 내다보고 달려온 시간이었다. 하지만 1992년은 포스코의 또 다른 시작, 새로운 창조적 사명이 시작된 시점이기도 했다.

철강불모의 이 땅에 최초의 일관제철소를 성공적으로 건설해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했으나 기술적인 수준은 원천기술이라기보다는 기존의 해외 선진기술을 도입해 개량하여 최대한 빨리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Fast Follower)’일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하는 철강사에 걸맞는 고유 기술개발을 늘 갈망해 온 포스코는 이때부터 독창적인 기술개발은 통한‘제철기술 독립’을 과감히 선포하고 세계 철강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창조적인 혁신기술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철을 지배하는 민족이 세계를 지배했고 그 이면에는 창조적인 신기술이 함께 했던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8~19세기 영국은 베세머 제강기술에 의한 제철법으로 세계 철강산업을 주도했고, 20세기초 카네기로 대표되는 미국은 전기로와 압연기를 대형화 연속화해 세계 최대의 철강대국으로 올라섰다. 이후 일본은 용광로를 대형화하고 연속 주조하는 방법을 도입해 미국의 지위를 빼앗았다.

이에 포스코는 기존 용광로 공법에 비해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인 새로운 공법 개발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정부가 포스코가 주도하던 용융환원 제철법의 연구를 국책과제로 선정하면서 222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원함에 따라 포스코의 파이넥스 개발 여정이 본격화됐다.

포스코는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파이넥스 공법을 개발한 이래 5541억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해 1999년 파일럿 플랜트 가동, 2003년 60만t 규모의 데모플랜트 가동을 시작했으며, 2007년 세계 최초로 연산 150만t 규모의 상용화 설비를 성공적으로 가동했다.
 

당시 포스코는 150만t 규모의 파이넥스 설비로도 환경친화성이나 투자비 측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14세기에 개발돼 현재까지 안정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는 용광로공법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성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대형화를 위한 연구와 투자해 오늘의 성과를 이끌어 냈다.

이와 같이 포스코는 도전적인 아이디어와 치열한 기술개발 노력을 통해 세상에 없던 가치를 창출하고 기술 수출 단계까지 이르렀다. 100년 이상 철강 조업역사를 지닌 철강 선진국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차세대 혁신 철강제조공법을 50년이 채 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포스코가 당당히 성공함으로써 세계는 동북아의 대한민국과 포스코를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됐다.

파이넥스가 현재의 최고기술이 이르기까지 중소기업들의 동참도 꾸준히 이어졌다. 이번에 준공된 파이넥스 3공장 설비의 80%를 국내 37개 주요 중소기업에서 제작했다. 이는 2810억원 가량의 설비 물량이며, 이를 통한 고용창출 효과는 연인원 85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수준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포스코는 그동안 집적한 파이넥스 관련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224건, 해외 20여개국에서 58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외부인의 견학 통제, 출입문 검색 등 보안유지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기술보안과 동시에 포스코는 파이넥스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제까지 선진기술을 도입해 체득화 시켜왔던 기술 수혜국에서 벗어나 세계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기술 시혜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의미도 있지만, 비슷한 공법 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자원낭비를 방지하고 기술표준화를 통해 기술수출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철강재 생산, 판매라는 사업 영역에서 나아가 기술 사용료를 받고 기술을 수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하게 된 것이다. 인당 철강소비량이 1t이 넘는 세계 최고 철강 소비국이라는 명성에 더해 세계 최고 철강제조 기술을 보유, 전파함으로써 세계 철강 선진국다운 규모와 기술 수준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200만t 규모의 파이넥스 설비가 성공함에 따라 해외에서도 파이넥스 기술 도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중경강철과 지난해 9월 연산 300만t(150만t × 2기) 규모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파이넥스 공장을 짓기로 합작협약(MOA)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7월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 기업 MOU 체결식에서 중국 중경강철집단과 전략적 협력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

양사의 협력은 중국 정부의 비준, 한국 정부의 기술수출 승인 등이 이뤄지면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파이넥스 3공장 가동으로 유휴설비가 된 파이넥스 1공장 설비는 인도의 메스코스틸(Mesco Steel)이 관심을 보여 지난 8월 양사간 설비 매각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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