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김정우 기자=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16일 세르게이 슈베초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가 현 상황을 ‘위기’로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환율쇼크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러시아의 숨통을 더욱 옥죄고 있다.
루블화의 폭락으로 러시아 중앙은행은 16일 기준금리를 17%로 인상했으나 '셀 러시아'는 멈추지 않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러시아 기업의 디폴트 우려까지 제기되기 시작했다. 국제유가 하락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러시아 경제가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국가기관과 중앙은행의 대외채무 합계는 러시아 GDP의 4% 미만으로, 대기업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우려가 지적되는 구체적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000년대 호황기에 외환준비고를 끌어올렸으며 12월 1일 현재 외환준비고는 약 419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연말에 돌아올 러시아의 대외채무 총액 약 1300억 달러의 3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 5일 러시아의 2015년 대외채무는 외환준비고로 지불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의 루블화 방어를 위한 잦은 외환 개입으로 외환준비고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러시아의 외환 개입은 지난 9월부터 3개월 동안 이어졌으며,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로 인해 외환준비고의 약 10%가 줄었을 것으로 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러시아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외환시장이 안정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WSJ는 "경제전문가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거래를 제한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기업 등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 군사 지원을 확대하는 법안에 서명키로 했다고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법안은 내년부터 2년간 우크라이나에 대전차포, 방공 레이더, 전술 정찰 무인기(드론) 등 3억5000만 달러 상당의 무기를 제공하고 군사고문을 파견하는 한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도록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이같은 제재는 러시아의 태도 변화에 따라 언제든 완화할 수 있다는 게 미 정부의 입장이다.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러시아 경제는 푸틴의 손에 있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러시아가 국제 규범을 존중한다는 의지만 보여준다면 제재 강도를 낮추고 경제에 대한 압박도 완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