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올 3분기 4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은 121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석유사업의 영업손실을 메워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매일 전 세계 15개국 22개 광구, 4개 LNG 프로젝트를 통해 약 7만1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은 2010년 3분기 이후 매 분기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며 주축사업으로 성장했다. 석유개발사업은 석유나 화학사업과 달리 시황에 따른 실적의 등락이 적은 편이다.
영업이익률 측면에서도 석유개발사업은 석유나 화학사업 대비 월등하다는 평가다. 3분기 석유개발사업의 영업이익률은 50.6%에 달한다. 반면 SK이노베이션 계열 전체의 영업이익률은 0.3%에 불과했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사업의 부진을 석유개발사업이 지탱하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은 선대 회장에서부터 이어진 2대에 걸친 노력과 투자의 결실이다. SK이노베이션은 30년 전 최종현 선대회장 때부터 시작된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가 최태원 회장까지 이어지며 국내 최대 민간 석유개발회사로서 성장해왔다.
특히 최종현 선대회장은 성공률이 10%에 불과한 석유개발사업에 아낌없는 투자를 지속했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질책보단 격려를 앞세웠다. 선대회장부터 이어진 산유국의 꿈을 갖고 최태원 회장은 석유개발사업을 CIC급 조직으로 격상시키며 퀀텀 점프를 이뤄냈다.
메마른 땅에서 시작한 30년간의 투자는 최근 그 결실을 보았다. 페루·미국 등 현장에 발로 뛰며, 30년 전 소규모 광구 지분을 매입하던 변방의 회사가 석유개발의 심장 미국에서 직접 광구를 운영하는 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지난 9월에는 베트남에서 또 한 번의 낭보가 들려왔다. SK이노베이션이 석유공사와 함께 참여하고 있는 베트남 15-1광구에서 대규모 유전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은 베트남 광구에서 하루 3600배럴의 원유를 추가 생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아메리칸 드림'도 현실화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미국 휴스턴에 설립한 자회사 'SK E&P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석유개발회사 '플리머스'와 '케이에이 헨리'가 보유한 미국 내 석유 생산광구 2곳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이를 발판으로 SK이노베이션은 셰일혁명의 진원지인 미국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인수를 완료한 오클라호마와 텍사스 생산광구 2곳 중 오클라호마 광구에서는 수평시추와 수압파쇄 기술을 활용해 하루 3750배럴의 원유와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오클라호마와 텍사스 광구 인수 이후 수평시추와 수압파쇄 공법을 효율화해 시추 소요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생산성을 증대시켰다. 기술 혁신을 통해 오클라호마 광구는 인수 전 하루 2500배럴이던 생산량이 하루 3750배럴로 약 50% 증가했다. 여기에 텍사스 광구 생산량을 합치면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원유량은 하루 4500배럴에 이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오클라호마 광구에서 생산하는 원유와 가스의 약 15%는 셰일층(근원암)에서 시추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셰일자원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국내 기업 중 해외 자원광구에서 셰일가스∙오일을 직접 생산하는 곳은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