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용어 정리부터 하면 트렌드세터가 찾는 핫 플레이스, 일명 뜨는 거리는 사람들이 붐벼 차보다는 걸어서 구석구석을 돌아다녀야 하는 걷고 싶은 거리에 속한다.
성공한 거리라고 말 할 수 있는 테헤란로나 청담동 명품거리는 유명하다. 그 거리에 샵이 입점하는 것, 혹은 오피스 주소지가 되는 것만으로도 네임벨류를 갖기 때문에 그곳이 뜨는 거리, 성공한 거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걷고 싶은 거리라고는 평가 받지 못한다.
많은 지자체에서 걷고 싶은 거리를 테마로 저마다 길 이름을 짓고 있다. 걷고 싶은 거리란 무엇일까? 가로수를 많이 심으면, 카페 레스토랑, 아기자기한 상점이 많으면 걷고 싶은 거리가 되는 걸까? 신사동 가로수길이 우연히 운 좋게 걷고 싶은 거리로 활성화 된 것일까? 걷고 싶은 거리의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의 조건들을 제시한다.
서울 신사동의 가로수길은 도로폭이 15m여서 ‘15미터길’이란 이름으로도 불렸다. 15m폭에 은행나무가 양방향으로 심어져 은행나무길로도 불리다가 2000년대 들어 폭 15m, 길이 670m에 개성 있는 샵들이 들어서면서 가로수길이란 공식명칭으로 오늘날의 패션 문화의 거리로 자리 잡게 됐다.
또 2종일반주거지역의 특성에 맞춰 건물의 높이가 7층 이하로 제한돼 사람들이 걸어 다니기에 심리적으로 불편하지 않은 높이와 폭을 갖췄다. 앞서 살펴본 일본 모토마치 나카도리 거리와도 유사한 형태다.
반면 제2롯데월드 신축으로 다시 떠오르는 석촌호수 카페거리는 도로폭 약 24m에 길이 각각 480m, 500m의 동호·서호변으로 나눠졌다. 석촌호수와 제2롯데라는 대형 프로젝트로 기대감이 끊이지 않는 지역임에도 왕복 8차선과 왕복 4차선이 만나는 교차로를 통해 동호와 서호변으로 나눠졌고 넓지 않은 편도 보행로로 이뤄져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기에는 심리적으로 다소 부담감을 주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메인 스트리트와 이어지는 골목접점의 형태가가 단일 모양의 블록으로 정돈되다 보니 아기자기한 이야깃거리의 샵이 넓게 자리 잡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각 시·도나 구에서는 걷고 싶은 거리라 이름을 지정해 거리를 정돈할 수는 있다. 하지만 걷고 싶은 거리의 기본조건을 갖추고 있을 때 거리는 활성화되며 상권이 넓게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기본요건이란 거리의 길이, 폭, 건물의 높이다. 더불어 거리에 인접한 필지의 수, 모양, 지형 등이 부가 요소다. 따라서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규모 복합개발방식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아기자기한 이야깃거리로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도시재생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아티스틱 디벨로퍼 장은아 원더피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