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아쉬운 선전이다.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은 지난 24일 홍콩에서 연 '제14회 홍콩 경매'에서 출품작 71점 중 48점(낙찰률 68%)이 거래됐다. 매출총액 6992만3300 홍콩달러(이하 수수료 포함. 한화 약 100억1300만원)를 기록했다.
지난 22일 크리스티홍콩 '아시아 20세기 & 현대미술 경매' 이브닝 세일에서 김환기, 이우환, 백남준 등 한국 작가들의 8점이 모두 팔리고, 23일 한국출품작이 90% 낙찰률을 보여 '미술시장 회복'이라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왔다.
명품의 차이는 '디테일'이다. 실제로 크리스티 홍콩경매는 VIP고객 유치에 적극적이다. 최근에도 크리스티 홍콩은 국내 큰손 컬렉터들을 직접 만나거나 '모임'을 별도로 초대하는 등 극진대접 했다는 후문이다. 글로벌 조직력으로 신규 고객창출과 동사아시아 작가들의 작품 발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서울옥션이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서울옥션 이학준 대표이사는 "이번 경매에서 한국 작가에 대한 해외 컬렉터의 관심이 상당했다"며 "이는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한국 미술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한국 미술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매에서는 특히 정상화, 박서보, 윤형근 등 한국 단색화 작품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
정상화의 '무제 82-9-30'은 경매 추정가(70만∼90만 홍콩달러)의 3∼4배에 달하는 277만2000홍콩달러(약 3억9700만원)에 중국인 컬렉터에게 판매돼 정상화 작품 가운데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정상화의 또다른 작품인 1997년작 무제 2점 세트도 추정가의 3배가 넘는 265만7000홍콩달러(약 3억8100만원)에 낙찰됐다.
윤형근의 ‘무제’ 역시 추정가의 2배 이상인 104만7000홍콩달러 (약 1억 4900만원)에 팔렸다.
또 하종현의 ‘접합 84-80’은 추정가의 3배 이상인 75만9500홍콩달러 (약 1억 800만원)에 경합되며 판매되었고, 박서보의 ‘묘법 No.060710’은 49만5000 홍콩달러 (약 7000만원)에 판매됐다. 서울옥션은 단색화작품들은 경매 현장에서 외국인 컬렉터들의 열띤 경합 끝에 중국과 홍콩 컬렉터에게 낙찰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경매 최고가는 제프 쿤스의 유리 조각 '꽃의 언덕'으로, 1500만 홍콩달러(약 21억4800만원)에 거래됐다.예금보험공사가 위탁한 이 작품의 위탁대금은 부실저축은행의 예금 피해자의 피해를 보전하는데 쓰이게 된다. 전세계 슈퍼 컬렉터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가 앤디 워홀의 ‘플라워’는1050만 홍콩달러 (약 15억360만원)에 판매됐다.
한국 작품 중 최고가는 731만4500 홍콩달러(약 10억4900만원)에 판매된 김환기의 1970년 점화 '25-V-70 #173'이다.
뒤를 이어 김창열의 1977년작 ‘물방울’은403만7000홍콩달러 (약 5억 7800만원)에 판매됐고, 주목받은 박수근의 1960년대 작품 ‘고목과 여인’은 507만2000 홍콩달러(약 7억2600만원)에 낙찰됐다. 이우환의 1980년작 ‘선으로부터’는 HKD 약 2억 9800만원에 판매되었다.
아시아 경매회사가 여는 경매에 처음 출품된 '정크아트'의 대표작가 존 챔벌린의 1988년작 '하이드로젠 주크박스'는 유찰됐다.
[제프 쿤스의 유리 조각 ‘꽃의 언덕’은 약 21억 4800만원에 팔려 서울옥션 홍콩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