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들어 일본은 추가로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지난달 31일 일본은행이 시중자금 공급 규모를 연간 60~70조엔 수준에서 80조엔으로 늘리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엔저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럽연합(EU)이 최근 양적완화 시작을 선언하며 향후 2년간 유로존에 1조 유로, 1300조원을 공급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약세를 보이던 유로화 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미국 달러화가 상승한다. 이는 다시 엔저로 이어진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중소기업들은 더욱 바빠졌다.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무보의 환변동보험 이용 실적은 지난 9월 2140억원으로 올 들어 최대를 기록했다. 엔저 위기를 느낀 중소기업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미 엔저로 인한 피해는 다수의 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수출 시장에서 국내 제품보다도 싼 가격의 일본 제품이 상당수 존재한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다 보면 연구개발(R&D) 여력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경기도에서 금형업체를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인은 "제품 제작에 필요한 일본산 부품 가격은 확실히 떨어졌다. 하지만 중소기업들도 수출량이 늘면서 해외시장에선 거꾸로 가격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직접적이냐 간접적이냐의 차이일 뿐, 피해를 입는 것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중국의 금리인하 결정도 또 다른 골칫거리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국내 경기침체 탈피와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 공급 확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지난 5년 반만에 가장 낮은 데 따른 극약처방이다.
중국의 금리인하 결정이 중간재, 자본재 위주의 국내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우려가 앞설 수 밖에 없다.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제고되기 때문이다. 중국에 직접 수출하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해외 시장에서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국내 기업의 10대 수출품목 중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제품의 비중은 62%이며, 이 중 대부분의 품목에 중소기업이 관여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통상정책실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위안화로 결제하는 비중이 높지 않아 당장의 직접적 피해상황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