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런 중국 기업들의 거침없는 행보가 국내 ICT 기업들과 많은 부분에서 사업 영역이 겹친다는 점이다. ICT 산업이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군이라고 할 때 드넓은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ICT 기업들의 약진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17일 한국무역협회와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우리나라 총수출에 대한 대중국 수출 기여도는 -0.4%포인트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한국과 중국 간 기술 격차가 축소됨에 따라 양국 간 분업구조가 변화한 탓이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대중국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경우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첨단 전자산업 부문에서 중국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국 내 생산 확대로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제품별 생산 비중은 휴대폰 80.6%, PC 62.8%, TV 56.7%를 기록했다. 2008년에 각 제품이 49.9%, 60.9%, 43.9%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중국은 글로벌 최대 IT 소비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제품별 중국의 글로벌 IT 수요 비중은 스마트폰 35.1%, 태블릿 23.0%, TV 26.4%, 노트북 17.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은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올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86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미국 시장(620억 달러)을 가볍게 뛰어넘을 전망이다.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 기업의 성장은 애플과 삼성의 단일 대표모델 전략을 택하지 않은 점"이라며 "즉 카메라, 오디오, 여성, 젊은이 등 시장을 세분화하고 목표를 명확히 하는 세그멘테이션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중국 산업의 기술경쟁력 상승에 따라 우리나라 주력 산업은 향후 중국 시장 내에서 일본, 대만 등 경쟁국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과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범용제품보다는 고부가․고기술 제품 개발에 주력해 중국 제품과의 차별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 연구원은 "핵심 신소재․부품, 융복합 신기술 제품 등 신성장 제조업 육성을 통해 중국이 단기간에 추격하기 어려운 새로운 주력 산업을 확보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ICT의 핵심인 사물인터넷(IoT)은 표준규격의 미비로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현실적 ICT 제품을 내놓는 곳 없어 정부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IT 제조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자사 제품에 IoT 모듈을 탑재하기 시작했으나 핵심역할을 하는 센싱 기술을 맡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라며 "대기업에 편중돼 있는 특정 센서 기술을 사람의 오감과 같은 수준의 기능을 하는 다양한 센서로 확대,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