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나 정곡을 찌르는 지표가 있다. 지금처럼 어지러운 증시에서 앞으로 주가 방향을 간결하게 알려주는 지표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당분간 이런 역할을 해줄 지표는 주요국 통화 대비 엔화 환율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엔화가치가 떨어지는 내년 초까지 우리 증시도 움직임이 둔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엔·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우리 증시는 무거운 짐을 벗을 수 있다. 첫째 이유는 엔화가치가 추가로 떨어질 수 있는 한계가 달러당 최대 120엔 정도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엔화는 상반기만 해도 달러당 100엔을 지지선로 옆으로 기다가 여름을 지나면서 본격 오르고 있다. 최근 1년간 두바이유 기준 유가상승률과 엇비슷한 엔화가치 하락률을 적용해도 이 정도가 당장 일본이 물가상승을 감내할 수 있는 한계환율이다. 또한 미국도 무역적자 부담을 용인할 수 있는 환율수준이 달러당 120엔 정도라고 판단된다.
둘째 이유는 엔·달러 환율이 오르는 동안 원·달러 환율도 함께 뛴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 기축통화인 원화표시 매출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증시에 긍정적인 변화라는 얘기다. 비록 원화가 엔화 대비 더 절상된다 해도 세계 교역이 조금씩 느는 상황이라면 부정적인 영향은 상쇄될 수 있다. 원화약세로 달러표시 한국 주가도 외국인에게 보다 매력적으로 비춰질 것이다.
결국 이러한 세 가지 이유로 인해 엔화가치 하락이 당장은 우리 증시에 독이될 지 몰라도 결국 약이 될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지금 우리 증시에 표면상으로 악재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호재로 둔갑할 수 있는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엔화가 달러당 120엔을 빨리 찍는 것이 우리 증시에 오히려 부담을 줄이고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