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오바마 대통령 '약식회담'…"북한 비핵화 공동노력" 합의

2014-11-1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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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오바마, 배석자없이 소파앉아 20분 회동

APEC서 막판까지 회담 형식 등 조율 이례적 상황 연출

한때 무산가능성 제기…'한중 밀월' 분위기 부담줬다는 해석도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 제2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오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포함해 취임 이후 4번째 회담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시내에서 60㎞ 떨어진 휴양지 옌치후(雁栖湖)의 옌치호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업무오찬을 마친 뒤 오바마 대통령과 20여분간 회담해 북핵문제와 관련,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관련국의 단합된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필요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또 두 정상은 앞으로 북한 정세 및 관련대책에 대해 다양한 레벨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 측의 북핵 불용에 대한 의지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확고하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2명이 최근 석방된데 대해 직접 박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최근의 노력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이래 정부의 통일 구상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지난 3월 헤이그에서 개최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상기하고, 한미일 3국간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박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관련해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에볼라 퇴치 및 외국인테러전투원 등 각종 글로벌 도전에 대처하는데 있어 오바마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이 매우 인상깊다고 평가하고, 에볼라 퇴치를 위한 보건인력 파견 등 한국 정부의 기여 노력과 내년 글로벌 보건안보 회의에 한국 개최 계획을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지원과 리더십에 대해서 환영했다. 두 정상은 앞으로도 글로벌 문제 분야에서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의 실질적 타결선언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설명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한미 양측은 일정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정상들의 일정이 분 단위로 촘촘하게 짜여진 다자회의의 특성상 두 정상이 공통으로 비는 시간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아서였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회담 직전까지도 회담 시간과 장소, 형식 등이 확정되지 않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됐다.

실제로 베이징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께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오늘 열리는 것에 가능성과 무게를 두고 조율 중이나 100%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브리핑을 했다.

민 대변인은 또 회담이 열리기 1시간 전인 오후 1시께 추가 브리핑에서 "오후에 회담을 하기로 한 것은 확정됐으나 업무오찬 직후일지, APEC 정상회의 세션2가 종료되는 오후 4시에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미 양측이 회담 시간을 놓고 막판까지 조율을 거친 탓에 회담 형식도 예전과는 달리 간소하게 꾸며졌다.
 
두 정상은 각자 1인용 소파에 앉아 통역만 대동한 채 대화를 나눴다. 회담 시간은 총 20여분이었지만 통역이 중간에 끼다 보니 실제로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눈 시간은 10여분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국 외교장관이나 외교 분야 수석비서관도 회담에 배석하지 않았고, 양자 회담시 상징적으로 준비하는 양국 국기도 회담장 뒤쪽에 세워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나 미국에 있어 한미 정상회담이 지니는 무게감이나 상징성에 비해 이날 양국 정상의 네번재 회담은 비교적 약식으로 이뤄진 것이다.

약식 회담을 두고 한중 FTA를 타결한 데 이어 박 대통령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한중 밀월'이 한미 정상회담 개최에 다소 부담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았다.
 
반면 박 대통령이 취임 2년도 안된 시점에 오바마 대통령과 4번째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굳건한 한미관계가 재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편 이날 공식일정을 마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박 대통령을 찾아와 짧은 환담의 시간을 가졌다고 민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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