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멕시코가 중국 국영기업과 추진키로 한 4조원 대의 고속철도 건설 사업 계약을 돌연 취소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루이즈 에스파르자 멕시코 교통장관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계약의 정당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혹을 없애기 위해 기존에 결정된 고속철사업 관련 내용을 취소하고 사업자 선정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해 야권 의원들이 많은 기업이 한꺼번에 입찰을 포기한 배경에 의문을 나타내며 정부가 계약자 선정 과정에서 중국 측에 유리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계약 체결을 반대했다고 평했다.
중국 언론 또한 계약 무효 소식을 전하며 "멕시코 교통장관이 사업자 선정의 합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정 과정을 다시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멕시코는 지난 3일 수도 멕시코시티와 산업도시 케레타로를 잇는 210km 고속철 건설공사 입찰에서 중국철도총공사를 주축으로 하는 컨소시엄의 37억 5000만 달러(4조500억원)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달 15일 마감된 사업자 입찰에는 멕시코기업과 중국주도의 컨소시엄만 참여했고 당초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일본 미쓰비시, 프랑스 알스톰, 캐나다 봄바르디어, 독일 지멘스 등 16개 회사는 입찰을 포기했다.
중남미에서 중국업체가 고속철 사업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중국 언론은 '고속철도 수출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한편, 멕시코 정부가 돌연 입찰을 무효화함에 따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중국 정부는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8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멕시코 정부의 사업자 선정 취소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표하며 "중국기업은 경쟁입찰 과정에서 멕시코 정부가 공개한 경쟁입찰 절차와 요구를 처음부터 끝까지 준수했고, 입찰내용 역시 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또 "경쟁입찰 결과를 취소한 것은 멕시코 내부적인 요인 때문으로 중국기업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