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두번째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한은은 15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어 이달 기준금리를 0.25% 내린 2.0%로 결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과 같은 수치다.
채권전문가 절반은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했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113명) 중 50.4%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실제 한은이 지난달 4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5%로 7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 6월 소비 및 투자 둔화로 인해 7월 말 발표한 속보치보다 0.1% 포인트 하락했다.
8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6%로 석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여기에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로 7개월 만에 최저치다. 금리 인하로 저물가를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하 결정으로 이 총재는 '소신의 덫'에 빠졌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취임 때부터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지 않겠다"며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불통'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이 총재는 최근 국정감사와 미국 출장 기간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이 총재는 지난 9일 "금리 인하가 좋은 효과만 있다면 왜 금리를 안 내리겠느냐, 금리 조정에 따른 득실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깜짝 금리 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히면서 "6개월 후 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 2∼3개월 전엔 시그널(신호)을 줘야 한다"고 말한 바도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금리 인하 때도 사전 시그널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내려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을 산 김중수 전 총재에 이어 중앙은행의 신뢰 저하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독립성 문제도 논란거리다. 지난 7일 한은 국감장의 이슈는 한은의 독립성 문제였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한은의 통화정책이 갑자기 바뀌었다는 것이다.
특히 최 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을 두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이 총재가 와인 회동에서 한은 독립성도 마셔버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한은은 올 성장률 전망치도 7월의 3.8%에서 하향할 예정이다. 올 들어서만 세번째 조정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7일 한은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은 3%대 중반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