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그간 미지의 영역이었던 북극 개발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우리나라 조선 및 철강업체의 수혜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쇄빙기능이 갖춰진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유조선 등의 수주가 이어지는 데다 에너지 개발이 본격화 될 경우 이에 사용될 강관 수요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4억4000만달러 규모의 쇄빙유조선 3척을 유럽지역 선사로부터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유럽 선사로부터 3척의 쇄빙유조선을 수주한 바 있다.
쇄빙선 수주 성공은 국내 철강업체 수혜로 직결될 전망이다.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개척되면서 극지용 후판의 실용화와 범용화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들 쇄빙 선박들은 최소 1m두께에 달하는 북극해의 얼음을 스스로 깨면서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영하 40도 이하에서도 깨지지 않는 극지용 후판 사용이 필수적인데 최근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후판 3사가 국산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올 초 리포트를 통해 “북극개발의 진행으로 해양구조물과 쇄빙유조선, 쇄빙LNG선 발주가 늘면서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가 증가해 후판재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며 “철강사와 조선사들이 연계해 에너지용 강재의 기술개발 수요에 잘 대응한다면 국내 후판 수급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북극의 자원개발이 해상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중인 만큼 해양 설비에 사용될 에너지 강관 등 판매도 동반 상승할 전망이다.
박 연구위원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북극개발에 따른 강관의 총수요량은 1020만 t로 추정된다”면서 “북극개발로 인한 강관 수요가 대부분 러시아에 집중되기 때문에 러시아의 강관 수요는 매년 11%씩 증가할 것으로 보여 국내 강관업체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쇄빙선의 지속적인 발주 여부는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북극해를 운항할 수 있는 기간, 즉 해빙기가 약 3개월에 불과한 만큼 고가의 쇄빙선 운용이 경제성이 크게 낮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진행된 쇄빙선 발주가 연속적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라며 “다만 기술격차를 줄여온 중국의 조선사들도 쇄빙선 건조기술 만큼은 국내 조선사들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발주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업체들에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