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발하며 일어난 홍콩 우산 혁명, 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건국 65주년 국경절인 1일을 맞아 10만여명이 운집한 대규모 시위가 펼쳐졌으며 특히 핵심 시민단체와 야당 인사를 중심으로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 사임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행정장관 퇴진이 이번 홍콩 우산 혁명 향방을 좌우할 핵심요소로 주목됐다.
이날 홍콩 우산 혁명 리더로 평가받고 있는 조슈아 웡(黃之鋒) 등 학생단체를 포함한 시위대는 국경절 국기게양식 광장으로 가 노란리본을 묶은 손으로 엑스(X)자를 표시하는 등 중국 당국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현하며 시위에 나섰다. 아울러 국경절 행사현장 진입을 시도한 시위 참가자도 있었지만 다행히 과격 행동은 없어 경찰과 충돌을 피했다고 홍콩 현지 언론은 전했다.
1일을 기점으로 홍콩 우산 혁명 초점이 렁 장관 사임여부로 옮겨지고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은 보도했다. 렁 장관이 2일까지 사임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주요 정부기관 점거에 나서겠다는 경고가 시위대에서 나왔으며 홍콩 8개 대학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 대표도 기자회견을 통해 "렁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며 렁 장관을 통해서가 아닌 중국 당국 관계자와의 대화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범민주파 입법회(한국의 국회)의 량궈슝(梁國雄) 의원은 국경절 행사장 현장에서 렁 장관의 퇴진과 보통선거 완전 실현을 요구하다 행사시작 30초 만에 밖으로 쫓겨나는 일도 벌어졌다.
홍콩 추기경도 2일 "지금으로서는 렁 행정장관이 퇴진하는 것이 위기해결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라며 행정수반 교체가 홍콩 시위 사태 해결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지프 젠(陳日軍) 로마가톨릭 교회 홍콩교구 추기경은 "가톨릭에서 퇴진이라는 강한 표현을 잘 쓰지 않지만 현재 상황으로 볼때 렁 장관이 물러나지 않으면 아무 결론도 도출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일국양제 정책의 실시는 계속될 것", "홍콩 기본법에 의거해 불법시위를 단속해야하며 불법적 움직임을 반대한다"는 기본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국경절 전날인 지난달 30일 중국 지도자들이 한데 모인 국경절 기념 만찬회에서 "중국은 일국양제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단호히 밝혀 주목됐다. 아울러 중국 신화사 등 관영언론도 1일 홍콩 우산 혁명, 민주화 시위에 대한 보도는 내보내지 않았으며 단지 홍콩에서 렁 장관 주도의 국경절 기념행사가 열렸다는 소식만을 전했다. 렁 장관은 "중국의 꿈이 실현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축사로 중국 건국 65주년을 축하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홍콩 우산 혁명 발생원인이 단순히 직선제 실시만은 아닐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홍콩 주권반환 후 17년 동안 경제 사회적으로 쌓인 불만이 행정장관 선거안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것.
중국 주권반환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역외 위안화 거래 핵심 기지로 도약하는 등 금융·경제적 성과가 컸음은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의 홍콩 경제에 대한 영향력 강화로 타격도 커졌다는 부작용이 있다.
중국 당국이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내놓은 규제책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홍콩 상권은 바로 큰 타격을 받았다. 중국 증권당국의 기업 기업공개(IPO) 제한도 홍콩 증시에 활기를 빼앗고 자본시장 위축을 가져왔다.
사회적 불만도 커졌다. 홍콩에 원정출산을 나선 중국 내륙 임산부가 급증하면서 홍콩 주민의 의료서비스 이용까지 타격을 입었으며 중국 내륙 산모들의 분유 및 유아용품 싹쓸이에 대한 불만도 쌓여왔다. 이처럼 내륙과의 인적교류와 자본유입으로 홍콩 경제가 중국에 종속되고 결국 주민 삶의 질이 더 나빠졌다는 인식이 홍콩 내에 확산된 것도 이번 홍콩 시위 사태의 원인으로 판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