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최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한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꾸렸지만, 본격적인 활동 전부터 인적 구성을 둘러싼 당내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23일 복수의 당 관계자들은 최근 잇달아 혁신위 인선 과정에 대한 불만과 비판 여론이 당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불만 세력은 주로 친박(親朴) 의원들로 이들의 불만이 커질 경우 향후 계파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보인다.
실제로 친박 3선인 유기준 의원은 지난 22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혁신위원 인사를 할 때 당내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앞으로 외부 혁신위원 인사를 할 때는 미리 당내 의견을 들어가면서 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친박 홍문종 의원도 혁신위 인선에 대해 "(지도부가 의원들로부터)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얻어서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며 "당을 움직이는 몇몇 사람에게는 얘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현 최고위원도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선을 사전에 좀 상의했으면 좋지 않았나"라며 섭섭한 기색을 보인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박계가 겉으로는 혁신위 구성 과정의 불만을 토로했지만, 속으로는 혁신위원 대부분이 비박(非朴)계 인사로 채워진 데다 김무성 대표 체제 이후 사무처 핵심요직이 모두 김 대표 측 인사로 채워진 문제 등에 대해 “비박이 본격적으로 (당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우려와 불만을 터트린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당외 인사를 제외하고 임명된 혁신위원으로는 김영우 대변인을 비롯해 재선의 조해진·김용태·황영철 의원과 초선 강석훈·민병주·민현주·서용교·하태경 의원 등이다. 전당대회 당시 김무성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원외 안형환 전 의원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소장·개혁파를 주축으로 재선급 이상은 옛 친이(친이명박)계가 대부분이며, 친박계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지 않다.
이런 가운데 ‘대권 잠룡’으로 평가받는 김문수 혁신위원장이 이같은 당내 계파 갈등 양상을 진화하고, 어떤 혁신의 그림을 그려낼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주까지 대구에서 택시운전기사를 하며 지역 민심을 살핀 뒤 상경, 지난 21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김무성 대표와 비공개로 만나 혁신위 구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당장 김 위원장의 과제는 이번주까지 마무리할 예정인 9명의 외부 혁신위원 선임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국에 계신 분들은 늦어지고, 또 정치적인 자리로 받아들여 가족 또는 회사와 상의하겠다는 사람도 있다"면서 "목요일까지는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제안을 받은 외부 인사가 고사하거나, 최고위를 비롯한 당내에서 거부감을 표시하면 최종 인선은 이번 주를 넘길 수도 있다.
김문수 위원장은 혁신위원 구성이 최종 완료되면 ▲공천 개혁(오픈 프라이머리 등 도입)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부자 정당 체질 개선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 등을 강력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혁신위원인 황영철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분명한 원칙은 전략공천을 안 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라면서 "아울러 보수는 늘 정체돼 있고 고루하고 부패했다는 이미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상태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파격적인 공천 혁신을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평소 소신인 상향식 공천 전면 도입이나 국회 공전시 세비 지급 중지를 통한 '무노동 무임금' 실천 등과 파격적인 개혁안에 드라이브를 걸 경우, 친박계 등 당내 반발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비박계 한 의원은 “그간 박심(朴心)만에 의존했던 정치 행태가 힘을 잃어갈 것”이라며 “김문수 위원장의 성정상 파격적인 당 혁신이 기대되는데 그에 따른 당내 불만과 진통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