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성장파 복권·그룹 총괄 경영체제 전환’

2014-09-1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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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선 회장 이어 권오갑 사장 복귀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그룹 기획실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15일 단행한 현대중공업 그룹 사장단 인사는 현대중공업이 5년여 만에 ‘수익위주’의 ‘방어경영’에서 ‘성장’을 지향한 ‘공격경영’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973년 창업 이래 성장을 지향해 왔던 현대중공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내실 위주의 안정적 경영을 시도했다. 하지만 5년여 만에 이 같은 전략 전환은 실패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물론 국내 경쟁사의 추격에 발목을 잡힌 데다가 규모의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 구조는 기술 창조의 부진 등으로 인해 오히려 손실을 가져다줬고, 노동조합과의 평화로운 관계도 흔들리게 만들었다. 그룹에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결국 비상경영체제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몰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은 결국 ‘현대정신’의 부활이라고 본 것이다.
또한 그동안 지지부진하게 추진해 왔던 그룹 체제로의 조직개편 작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재정담당’ 득세, 성장역량 후퇴에 대한 반성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현대중공업은 전 세계 수주시장에서 말 그대로 ‘싹쓸이’라고 할 만큼 경쟁사가 따라 올 수 없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해왔다.

상선과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절대적 경쟁력을 보유한 모체 현대중공업과 중소형 특수선박에 특화된 현대미포조선, 대규모 건조 시설을 갖춘 현대삼호중공업 등 3사를 합친 현대중공업 그룹의 수주잔량은 전 세계 조선업계 시장에서 약 10%(클락슨 리포트 2014년 7월 말 보고서 기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2위 대우조선해양, 3위 삼성중공업에 비해 2배 정도 많다. 해양 플랜트 부문까지 더하면 현대중공업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더불어 현대중공업은 엔진 등 조선 기자재·부분품의 국산화를 통해 일괄생산체제를 구축했으며, 영업과 설계·건조 기술 등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와 전 세계 유일무이한 규모의 사업 체제를 결합해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가장 앞선 가격 경쟁력으로 경쟁사들의 추격에서 앞서며 수주시장을 독식해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 회사를 이끌어 온 주역은 민계식 회장과 최길선 사장 등 ‘기술파’였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시절부터 조선사업을 이끌어온 이들은 기술 개발을 통한 자립 성장을 지향하며 외연을 넓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 시장의 급락으로 초래된 신조 발주 급감, 선가 하락과는 별개로 국가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의 견제 심화로 유동성 우려가 제기되면서 현대중공업에서도 무차별적인 수주 활동과 사업 확장 대신 내실을 쌓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렇게 해서 대표이사에 오른 사람이 이재성 사장이었고, 그의 취임과 더불어 회사의 운영 축은 재무 쪽 부서로 옮겨갔다. 이 사장은 비용은 철저히 줄이고, 발주도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방향으로 선별 수주를 실시함으로써 경쟁사 대비 고 수익구조를 만들었고, 이러한 성과로 2013년 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두드러졌다. 저가 수주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회사의 영업실적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조선소와 사업장 내에서 연이어 안전사고가 터진 데다가, 조업 지연 등으로 부실이 확산되면서 결국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사상 최대인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현대중공업은 재무적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회사를 살리는 것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2009년 회사를 떠난 최길선 전 사장을 조선·해양·플랜트 사업 부문 회장으로 복귀시켰고, 한 달 후에는 이 회장이 상담역으로 물러났다. 이 회장의 퇴진으로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플랜트 사업부를 맡게 되는데, 김 사장은 최 회장의 뒤를 잇는 회사 내 최고 기술통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과 김 사장이 장악한 회사는 다시 기술통이 주도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이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조선소와 국내외 플랜트 사업장을 뛰는 분위기로, 기술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창출이 활발히 이뤄지는 과거의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다. 그래야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룹체제 전환 급속히 전환될 듯
15일 예정에 없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현대중공업은 머지않은 미래에 새로운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것임을 암시했다. 바로 현대중공업 내부 조직이었던 기획실을 ‘그룹 기획실’로 확대 개편한 것이다.

또한 이 자리에는 2010년 10월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로 이동했던 권오갑 사장을 4년여 만에 불러들여 앉혔다. 회사는 그룹 기획실이 신설됐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역할을 맡을지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이 조직은 다른 대기업에서 운용하고 있는 ‘기획조정실’과 비슷한 성격을 갖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그룹화를 추진해 왔으나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이를 좀 더 과감히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그룹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책임자가 필요했는데, 그 적임자는 바로 권 사장이라는 것이다.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 재직 시절 경영지원·업무·영업·홍보·영업 등을 총괄하면서 다양한 노하우를 익혔으며, 사내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 폭넓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현대중공업은 권 사장이 이끌게 될 그룹 기획실을 그룹 사업 전반을 분석·조정하는 컨트롤 타워로서 투자·인사·시설·연구개발 등 그룹 운영을 위한 갖가지 요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대중공업 주도에서 그룹 계열사들이 총괄하는 경영구조로 바뀌게 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주사 설립 등 지배구조의 변화도 추진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도 향후에는 지배구조 후계 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으로 외형 면에서 동등한 수준으로 성장하는 삼성중공업을 견제하고, 종합중공업업체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매물로 나온 조선사를 비롯한 중공업 업체들의 인수도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현재 국내에 소재한 3개사로 이뤄진 그룹 조선사업 체제를 해외로 확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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