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국내 조선업계가 내우외환에 신음하고 있다. 최근 실적 부진과 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 등 외풍(外風)에 위축중인 상황에서 임·단협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노사간 협업문화 조성이 조선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임을 지적하고 하루속히 대립양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8월 말까지 국내 빅3(현대·삼성·대우) 조선업체들의 누적 수주금액은 총 230억 달러로 수주목표인 545억 달러의 42.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양부문 수주 감소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4일 대우조선해양의 장기회사채에 대한 신용전망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내려 잡았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8월 국내 4개 조선소에 대한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는 등 ‘조선업 위기론’에 힘을 싣고 있다.
신평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상선시장의 회복세가 한풀 꺾인데다 해양플랜트 실적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어 장기불황에 다시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수주감소와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외풍(外風)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조선소들의 임·단협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국가적 지원으로 우리나라 조선업계를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에서 노사간 불협화음은 경쟁국가의 추격을 허용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사간 마찰이 장기화 될 경우 주식 등 시장 참여자나 납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선주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중국의 물량공세에도 기술력으로 버텨온 국내 조선소들이 노사간 협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쟁국가에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신용등급과 관련해서는 “만일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다 해도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선소와 선주사간 관계는 장기간에 걸친 비즈니스 관계로 맺어진 만큼 수주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말해 노사관계 재정립이 가장 시급한 현안임을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측과 노조간 협상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대화 창구는 늘 열어두고 의견을 조율할 것”이라며 “만일 납기가 늦어질 경우 선박 인도 지연에 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하고, 공기를 맞추기 위해 추가인력 투입 등 비용이 발생해 노사간 대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빠르게 흐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긍정론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