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첫 방송된 KBS2 새 수목드라마 '아이언맨'(극본 김규완·연출 김용수)은 등장인물의 얽히고설킨 관계 설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분노에 휩싸이면 등에 칼이 솟는 일명 '아이언맨' 주홍빈(이동욱)과 옛 연인에 대한 감정을 지우지 못한 그가 새로 만난 여자 손세동(신세경). 또 주홍빈의 아버지 주장원(김갑수), 그의 집사 윤여사(이미숙), 오른팔 고비서(한정수) 등 주요 배역들이 소개됐다. 이들은 첫 등장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주홍빈은 그동안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다. 모든 것에 예민한 인물이었고, 후각 청각 미각에 뛰어난 능력을 갖춘 돌연변이였다. 게다가 화가 나면 등에 칼이 솟는다는 설정은 전무후무했다.
방송 전 제작발표회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으면 방송에 내보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자신한 김용수 PD의 말이 진짜였음을 실감케 했다.
당시 김 PD는 "CG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 드라마에 들어오자마자 했던 작업이 '칼이 어떻게 돋아날 것인가'하는 것이었다. 제일 큰 고민이었다. 결국 아이언맨은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칼이 돋아난다는 설정이 드라마의 정체성"이라고 자신했었다.
실제 이날 방송에서 그려진 CG는 자연스러웠다. 주홍빈은 김태희와 똑같은 향기를 지닌 손세동(신세경)을 만난 후 김태희를 떠올리며 그리워했다. 그러던 중 김태희와의 사이를 반대했던 아버지 주장원(김갑수)의 독설을 회상, 분노에 휩싸였고 분노를 참지 못한 주홍빈은 힘겹게 한 발, 한 발 걷다 길거리 한복판에서 쓰러졌다. 쓰러진 주홍빈 등에는 칼이 돋아나 있었다.
오차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라는 여건이 주는 한계를 완벽히 뛰어넘은 것은 아니었다. 시간도 부족했을 터이고 제작 여건 역시 열악했을 게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이언맨'은 우리나라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CG를 그렸다는 거다. 'M'으로 시작했던 안방극장 속 CG 열풍은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아랑사또전' 등을 거쳐오면서 발전했다. 그리고 '아이언맨'을 통해 더 큰 발전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제 첫 회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시청자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더 탄탄한 대본과 완벽한 CG 구현을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