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오는 9일과 10일 서울 광화문 및 여의도사무실에 각각 출근해 임영록 KB금융 회장 중징계에 대한 주요 쟁점사항을 숙지한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연휴기간 동안 여의도사무실에서 중징계 결정에 대한 타당성을 입증할 논리 등을 점검했다.
그동안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등 KB사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데다 KB금융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제재를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금감원 검사결과 및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임 회장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기종검토에 깊숙이 개입했다.
KB금융지주는 김재열 전무(CIO) 주도로 외부기관의 컨설팅 보고서를 유닉스에 유리하게 작성토록 리스크를 축소하고 IBM 메인프레임의 장점을 삭제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영협의회(SC)는 지난해 10월 31일 주전산기 기종을 유닉스로 선정했다.
또 벤치마크테스트(BMT) 결과 유닉스로 전환하는 비용이 3055억원으로 기존 예산 2064억원을 초과하자 견적금액을 1898억원으로 축소해 지난 4월 2일 이사회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임 회장이 유닉스 전환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위법·부당행위가 발생했으며 직무상 감독의무 이행을 소홀히 해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다고 봤다.
더불어 임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을 호출해 4차례에 걸쳐 유닉스 전환에 소극적인 IT본부장에 대한 교체를 요구하고 자신이 추천한 인사를 승진시키도록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금융지주회사법 50조의 건전건영 지도기준을 넘어선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중징계를 발표하면서 "고도의 도덕성을 갖춰야 할 금융인에게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임 회장 측은 금융지주 회장이 당연히 자회사의 인사나 IT 시스템 교체에 관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역시 전산시스템 변경이 은행 이사회와 경영진의 마찰로 지주 회장으로서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인사 개입 등을 부당개입으로 보기 어렵다는 임 회장 측의 이러한 소명을 상당히 수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일단 최 원장의 중징계 결정에 대한 당위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여론이 들끓을 만큼 내분사태가 KB에 대한 국민의 신뢰 실추를 낳았고 향후 현 경영진으로서는 경영안정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재심의 당초 경징계 결정에 무리가 없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금융권은 12일 금융위 의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징계 결정이 유효하다고 판단되면 임 회장에 대한 사퇴압박은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일 경우 KB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크다.
중징계가 나더라도 임 회장에게는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구제절차가 남아있다.
임 회장은 앞서 4일 자신에 대한 징계가 한 단계 상향되자 "적절한 절차를 통해 정확한 진실이 명확히 규명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권리구제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