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교황은 조용한 성격이지만 속정이 깊다"
프란치스코 교황 4박5일 방한일정 내내 그림자 수행을 했던 교황방한위원장 강우일 주교가 교황의 뒷모습을 얘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기간 내내 자신을 낮추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강 주교는 "한사람이라도 더 손잡아주기 위해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당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당신을 내어주려고 잠시도 쉬지않고 다니며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모습에 목회자로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소통을 위해 무던히 애쓴 흔적도 있었다.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에 능통한 프란치스코 교황이지만 영어는 잘 하지 못하는 교황은 한국에서 서툰영어로 여러 차례 연설했다. 교황청 국무성의 한 측근은 “저렇게 영어를 많이 쓴 적이 없는데 어쩐 일인지 한국에서 영어를 많이 쓰셨다. 덕분에 영어 실력이 많이 느신 것 같다”고 전했다.
방한 첫날 주교회의에서 방명록 서명을 할 때 준비된 큰 종이 한 귀퉁이에 깨알 같은 글씨를 써서 한국 주교들을 민망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강 주교는 “돋보기를 써야 보일 정도로 서명을 하셨다. 당신이 큰 인물로 부각되는 걸 원치 않으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는 곳마다 주최 쪽이 준비한 큰 의자를 마다하고 한 번도 앉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앉을 때도 옆자리에 놓인 조그만 보조의자를 택했다.
무릎이 안 좋은 교황은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식 때는 직접 계단을 내려와 한국 천주교 대표로 감사인사를 한 강 주교와 포옹했다.
강 주교는 “교종(교황)의 메시지는 우리 모두 평화일꾼이 되라는 것이었다”며 “세계적 지도자이면서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모습을 보면서 종교인들뿐 아니라 나라를 운영하는 분들도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교종은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 모두 한마음으로 환영해주고 따뜻이 맞아주셨음에 깊이 감사하고 떠나셨다"며 "방한기간에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하고 협조에 감사드리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에도 감사한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