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과 평소보다 특별한 맥주를 즐기고 싶은 맥주 마니아들에게 오랜 주조 역사를 바탕으로 다양하고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수도원 맥주는 ‘트라피스트 맥주(Trappist beer)’라고 부른다.
처음 수도원에서 맥주를 마시게 된 계기는 중세시대 금식기간인 사순절 수도사들이 영양을 공급받기 위해서였다. 이후 엘리트 계층이었던 수도사들이 맥주 제조법을 연구, 개발하면서 맥주 품질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이후 수도원 수가 줄어들면서 맥주 제조 비용과 제조 장소가 부담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 맥주회사는 수도원 맥주의 훌륭한 맛과 향, 전통을 계승해 나가고자 수도원 맥주 양조 라이선스를 획득하여 ‘애비맥주(Abbey beer)’를 선보이게 된다.
550여년의 긴 역사를 갖고 있는 화이트 에일맥주인 호가든은 벨기에의 수도원에서 생산되는 맥주 중에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브뤼셀 동쪽에 있는 호가든 지방은 예로부터 최고 품질의 밀이 생산되던 곳인데, 1455년 벨기에 비가르덴 지방의 수도사들이 호가든 지방으로 이동하면서 양조가 시작됐다.
당시 벨기에는 네덜란드가 거느리는 수많은 식민지 중의 하나로 네덜란드의 이국적인 향신료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다. 호가든 지방의 수도사들은 오렌지 껍질과 고수를 이용한 맥주 제조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결국 호가든의 제조법이 완성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호가든 로고에는 수도사를 의미하는 지팡이와 농민을 의미하는 괭이가 삽입되어 있는데, 이는 수도사가 농민에게 만드는 방법을 전수해준 맥주라는 것을 뜻한다. 병의 모양은 수도사들이 들고 다니던 물병의 모양을 따라 만들었다.
레페는 700년이 넘은 전통 벨기에 수도원 맥주다. 1204년 성 노르베르트(St. Norbert) 성당의 수도사들에 의해 처음 제조된 맥주로 긴 역사를 자랑한다. 엄격한 품질관리로 전통 양조 방법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수도원 맥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수도사들은 금식 기간 중에 영양 보충을 위해 평소보다 강한 맥주를 마셨다. 레페는 높은 도수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소량 첨가해 풍부한 맛과 달콤함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아플리젬은 벨기에 플랜더스 지역의 아플리젬 시에 위치한 아플리젬 수도원에서 1574년부터 생산된 맥주이다. 아플리젬은 블론드, 듀벨, 트리펠 총 세 가지 종류를 선보이고 있으며 특히 트리펠 도수가 가장 높다. 지금은 하이네켄에서 만들고 있다.
수백년의 전통을 이어오면서 여전히 수도원에서 생산되고 있는 벨기에의 트라피스트 맥주의 인기도 높다. 트라피스트 맥주는 수도원을 운영해 나가기 위한 최소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 수도원 안에서 수사들이 직접 생산하고 양조 과정을 통제하며 엄격한 규칙에 따라 생산된다. 현재 총 10군데의 수도원에서 트라피스트 맥주가 생산되고 있으며 육각형 로고로 벨기에 트라피스트 맥주임을 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