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7·30 재보궐 선거와 태풍

2014-08-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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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원식 기자 =7·30 재보궐 선거가 태풍처럼 한반도를 훑고 지나갔다. 7·30 재보궐 선거는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나크리’보다 위력이 더 ‘강한’ 태풍 급이었고, 아직도 후폭풍도 대단하다.

태풍은 열대의 습한 공기를 기반으로 생겨나 세력을 키워나가며 우리나라와 일본을 강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고온의 바닷물은 태풍의 세력을 키우는데 일조하지만 찬 바다기온은 태풍의 세력을 약화시킨다.

7·30 재보궐 선거를 태풍에 비유하자면, 세월호 참사로 상징되는 국가의 기본 시스템 부재와 경기 침체 상황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선거 구도를 단숨에 '강한'태풍으로 만들었다. 7·30 재보궐 선거 태풍을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 지형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여야는 제각각 태풍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선거 전략을 펼쳤다.

집권 여당은 경기 침체 상황을 타개하겠다며 경제 활성화를 소리 높여 외치며 자신들을 향해 불어오는 성난 민심을 잠재우려했고, 야권은 세월호 참사를 기치로 내세워 그 태풍의 위력을 높이기 위해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여야는 서로를 향해 날선 칼날을 세웠고, 국민은 선거 결과로 민심을 보여줬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피해가 나기 마련이다. 이번의 경우 야권이 고스란히 그 피해지역이 되어버렸다. 야권이 내세운 정권 심판론과 세월호 참사는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역풍으로 말미암아 낮은 수온으로 작용해 야권에게서 국민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이에 반해 여권은 국민들이 지금 가장 목말라하는 것이 경제 활성화라는 것에 주목하고 이 갈증을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2기 경제팀의 경제 활성화 대책 발표가 결과적으로 여권의 선거운동에 도와준 측면이 없지 않지만, 야권마저 이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지 않았기에 지금에 와서 딴죽을 걸 이유는 없다. 다만 우리 경제가 그만큼 절실하고 암담하다는 현실을 정부나 정치권 모두가 인정한 것이어서 씁쓸한 면도 없지 않다. 

여권은 다행히 이번 7·30 재보궐 선거 태풍에서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오히려 태풍이 주는 이익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는 기회마저 챙겼다. 태풍은 바닷물을 뒤집어 놓으면서 적조를 없애주는 등 자연에게는 이익을 주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권이 받은 이익에는 그동안 보였던 진정성을 호남 민심으로부터 인정받은 것도 포함된다. 이번의 경우 이정현 의원의 개인기에 기댄 측면이 강하긴 하지만, 동서화합을 위해 노력한 정치권의 노력이 인정받았다는 분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여권은 이번에 태풍의 이익을 고스란히 얻었지만, 만일 이 이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 갑자기 담장이나 축대가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나듯이 내재된 민심의 불만을 잘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제 국민들이 정치권에 내리는 명령은 간단하다. 여야가 7·30 재보궐 선거의 후폭풍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라는 것이다. 

여야는 이 명령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의 주도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계속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성을 차지한 여권과 이를 탈환하기 위한 야권의 고군분투는 우리 정치권의 지형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이 차지한 성은 바로 민심을 얻었다는 것이고, 야권이 탈환해야 할 성 역시 민심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2호 태풍 나크리는 물러가지만, 11호 태풍 할롱이 또 우리나라를 향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은 자연이 배워주는 것처럼 7·30 재보궐 선거라는 태풍이 지나간 이후 새로운 태풍이 언제라도 다시 불어올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고, 민심을 이기는 것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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