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화가 대회 3라운드 7번홀(파5)에서 트러블샷을 하고 있다. 장수화는 이 홀 그린 왼편 러프에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했다. 가운데 카트도로에 서 있는 이가 KLPGA투어 경기위원장이다. [사진=KLPGA 제공]
지난달 31일 시작돼 열리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 구자용) 투어 한화금융클래식은 팬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상금이 많은 데다, 미국와 일본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다수 참가해 국내 강호들과 기량을 견주고 있다.
또 대회코스인 태안의 골든베이CC는 깊은 러프로 셋업됐다. 선수들은 볼이 러프에 들어가면 쩔쩔매다시피한다.
7번홀(파5·길이573야드)은 이날도 난도(難度) 높은 홀로 악명을 떨쳤다.
2라운드까지 선두 김효주(롯데)에게 3타 뒤진 공동 2위였던 장수화(대방건설)의 네번째 샷이 그린 왼편 벙커옆 깊은 러프에 빠졌다. 볼을 찾기는 했으나 발목을 덮는 러프 때문에 볼을 제대로 치기 어려웠던지, 장수화는 언플레이어블 볼 처리를 하고자했다.
언플레이어블 볼 처리를 하면 1벌타를 받은 후 ①종전 쳤던 지점(원구를 최후로 플레이한 지점)으로 되돌아가거나 ②볼과 홀을 연결한 직선상으로 볼 후방에 드롭하거나 ③볼이 있던 지점에서 두 클럽 길이 이내로 홀에 더 가깝지 않은 곳에 드롭하고 칠 수 있다<골프규칙 28조>.
장수화는 볼 주변의 러프가 깊었던 탓인지, 옵션③ 대신 옵션②를 택하려는 듯했다. 그는 곁에 있던 경기위원장을 불러 어디에 드롭할지를 물었다. KLPGA투어 경기위원장은 처음엔 볼과 홀을 연결하는 직선을 재는듯 하더니, 페어웨이쪽에 드롭하라고 판정했다.
장수화는 옵션 ②를 택했기 때문에 볼 후방선상으로 가서 드롭해야 맞다. 후방선상은 나무와 러프로 돼있어 볼이 멈춰있던 지점보다 결코 낫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그랬는지, 경기위원장은 후방선상이 아닌, 페어웨이쪽 얕은 러프에 드롭하라고 한 것이다.(그린 쪽이 12시 방향이라고 하면, 그린 왼편 러프에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한 장수화는 7∼8시 방향 후방의 러프에 드롭해야 한다. 그러나 페어웨이쪽인 6시 방향에 드롭했다)

대회 3라운드 때 골든베이CC 7번홀 그린 주변. 페어웨이는 사진 왼쪽의 바깥에 있다. 사진의 주인공은 최가람이다. 이날 언플레이어블 볼 선언 직전 장수화의 볼은 최가람 선수 뒤쪽 러프에 있었다. 따라서 볼과 홀을 연결하는 후방선상 드롭지점은 오른편 뒤쪽 러프여야 맞다. [사진=KLPGA 제공]
장수화는 그 곳에 드롭한 후 6타째를 쳐 온그린한 후 2퍼트로 홀아웃했다. 트리플 보기다.
이 광경을 보던 TV 중계방송사의 해설자도 “후방선상에 드롭해야 하는데 저기에서 하는 군요”라며 처음에는 이의를 다는듯 하다가 “경기위원장이 곁에서 보고 판정했으니까 잘 했겠죠”라고 얼버무렸다.
특별한 로컬룰이 있었는지, 장수화가 드롭한 지점이 언플레이어블 볼 처리전 최후로 플레이한 지점과 가까운 곳이었는지, 아니면 제3자가 알 수 없는 특수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언플레이어블 볼 처리를 하는 방법은 골퍼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규칙은 제대로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러프가 깊다고 하여, 규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선수들 편의를 봐주는듯한 판정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러프를 깊게 해 변별력을 높이려는 주최측 의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 장면을 본 골퍼들을 헛갈리게 하고, KLPGA투어의 권위도 무너뜨린다.
이날 판정은 지난 2월 취임한 이후 KLPGA투어 대회의 플레이 속도를 높여 그 나름대로 호평을 받아온 경기위원장에게 ‘티’가 될성싶다.
◆KLPGA투어 경기위원장의 해명
KLPGA투어 경기위원장은 5일 이 사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명을 했습니다.
“당일 대회장 기자실에 들러 이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중계방송만 보면 카메라 앵글에 따라 후방선이 달라보일 수 있다. 3라운드 때 7번홀 홀은 그린앞에서 9야드, 그린 왼쪽에서 4야드 지점에 뚫렸다. 볼과 홀을 연결하는 후방선으로 100m쯤 가다보면 페어웨이가 나온다. 따라서 페어웨이와 인접한 얕은 러프에 드롭하고 치게 한 것은 규칙에 따른 정확한 판정이었다.”